[대선 맛보기] 아무리 떠들어도 개헌은 불가능하다

정세균 국회의장 개헌론 화두 제기 이후 여야 논의
현행 헌법 ‘87년 체제의 산물’…사회경제적 변화상 담아야
대통령·국회의원 임기 불일치 심각하지만 해소 난제
대통령·차기주자·여야 의원 개헌론 ‘동상이몽’
  • 등록 2016-06-18 오후 1:39:57

    수정 2016-12-17 오후 7:15:13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의 필요성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개헌은 불가능합니다. 모두가 동의하는데 왜 그럴까요?

꺼져가던 개헌론의 물꼬는 튼 것은 입법부 수장인 정세균 국회의장이었습니다. 정 의장은 취임 일성으로 개헌을 꺼내들었습니다. 지난 13일 20대 국회 개원사에서 “개헌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이이다. 외면하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의장은 이후 여의도 정치권의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우윤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회 사무총장에 임명했습니다. 16일에는 기자회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정 의장은 “개헌 시기는 특정하기 어렵지만 가능하면 20대 전반기에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습니다.

여야는 즉각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모두가 87년 체제의 극복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개헌이 필요하다는 총론에만 인식을 같이 했을 뿐 각론으로 들어가면 장애물이 한둘이 아닙니다. 한마디로 동상이몽입니다. 특히 차기 대선 국면에서 개헌론이라는 화두가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게다가 여야 유력 차기주자마다 셈법도 다릅니다. 현재권력인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도 중대 변수입니다. 모든 걸 종합하면 차기 대선 전까지 개헌은 불가능합니다.

◇수명 다한 87년 체제 5년 단임제는 ‘1노 3김의 산물’

현행 헌법은 87년 체제의 산물입니다. 전두환 대통령의 5공화국 정권이 사망선고를 받은 이후 대통령 직선제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성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현행 헌법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대통령 5년 단임제’와 ‘국회의원 소선구제’라는 권력구조입니다. 이는 87년 대선 직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이른바 ‘1노3김’의 타협의 산물입니다.

우선 누가 먼저 대통령이 되더라도 5년 뒤에는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5년 단임’으로 임기를 제한한 것입니다. 실제 역사는 그대로 흘러갔습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이 순서대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유일하게 김종필만이 대통령에 오르지 못했지만 3당합당과 DJP연대를 통해 대통령에 버금가는 막강한 권력을 누렸습니다.

소선구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찌보면 ‘내 땅에서 누구의 간섭도 없이 내가 왕노릇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이는 대선에서 지더라도 비빌 언덕을 마련해 재기에 나서겠다는 전략입니다. 실제 87년 대선 이후 88년 13대 총선 결과가 이를 증명합니다. 노태우의 민정당은 대구 8석 전석, 경북 21석 중 17석을 얻습니다. YS의 민주당은 부산 15석 중 14석을 차지합니다. DJ의 평민당은 광주 5석 전석, 전남 18석 중 17석, 전북 14석 전석을 획득합니다. JP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남 18석 중 13석을 얻습니다.

87년 체제는 수명을 다했습니다. 5년 단임제는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표현이 여전히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대통령은 너무 막강한 권력입니다.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은 유명무실입니다. 특히 총리의 각료 제청권은 빈껍데기입니다. 국민의정부 당시 JP, 참여정부 당시 이해찬이 책임총리 역할을 하긴 했지만 매우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총리는 그저 의전 또는 대독총리일뿐입니다. 또 단임제라는 성격 탓에 임기말 레임덕은 필수코스가 됐습니다. 대통령 임기 5년과 국회의원 임기 4년의 불일치도 심각합니다. 지방선거에 각종 재보선까지 포함하면 대통령은 임기 5년 내내 선거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87년 이후 한 세대가 흐르면서 기본권 조항 등 손질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 않습니다. 우선 평등권 조항을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에서 연령, 인종, 장애 등에 따른 차별금지로 확대해야 게 시급합니다. 또 다문화, 환경, 수도권 집중 등의 키워드도 개헌에서 다뤄야 합니다. 아울러 통일시대 대비와 글로벌 대한민국은 물론 양극화 해소, SNS 시대에 걸맞는 정비 등도 필요합니다. .

◇朴대통령·여야 의원·차기주자 동상이몽 ‘누구도 양보는 어렵다“

개헌이 물리적으로 가장 어려운 이유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문제입니다. 권력구조 개편을 어떤 식으로 정리하더라도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핵심은 여야 차기주자가 양보하느냐 국회의원이 양보하느냐 둘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회의원 어느 한쪽도 임기축소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권력구조 개편 중 국민적 지지가 가장 높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예로 들겠습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불일치 문제를 맞추기 위해 21대 총선을 차기 대선과 동시에 실시하거나 2018년 4월에 실시해야 합니다. 어렵다면 차차기 대선을 2020년 4월 21대 총선과 동시에 실시하거나 2019년 12월에 실시해야 합니다.

전자의 경우 20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반토막이 나게 됩니다. 여야 의원들이 동의할 리 없습니다. 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내년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의 임기는 3년 가까이 줄어듭니다. 여야 차기주자들은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상상력을 발휘하면 차기 대통령의 임기(2018.2∼2023.2)를 22대 총선(2024.4)까지로 늘리거나 20대 국회의원들의 임기(216.5―2020.5)를 차차기 대선(2022.12)까지로 맟출 수도 있습니다. 여야 차기주자나 국회의원들은 꽃노래를 부르겠지만 국민동의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아울러 개헌의 최대 변수 중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입니다. 임기 중 개헌이 완료되면 박 대통령의 주요 치적이 될 수도 있지만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임기말 국정운영의 혼란은 불가피합니다. 결국 여야 정치권이 압박해도 개헌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밖에 한계상황에 내몰린 기업구조조정, 금융부실, 가계부채, 수출부진 등 한국경제의 산적한 뇌관들을 고려할 때 사회경제적으로 개헌 추진이 가능할지도 의문입니다.

◇‘2007년 12월 대선·2008년 4월 총선’ 개헌 최적기 왜 놓쳤나

돌이켜보면 개헌의 최적기는 10년 전인 2007년입니다. 참여정부 후반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개헌을 주장했을 때입니다. 2007년 12월 대선과 2008년 18대 총선이 불과 4개월 차이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원포인트 개헌이 가능했습니다.

이른바 노무현발 개헌쇼크였습니다. 2007년 1월 노무현은 대국민특별담화를 통해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자고 제안했습니다. 2007년 12월 대선을 2008년 4월로 예정된 18대 총선과 동시에 치르면서 개헌 국민투표를 치르자는 게 골자입니다. 우리 정치권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노무현의 개헌 의지는 강력했지만 여야 정치권의 반발은 극심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보였습니다.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개헌논의의 1차적 이해당사자인 정치권이 거부하자 개헌 논의는 물거품이 됐습니다. 노무현은 결국 개헌발의를 철회했습니다.

2007년은 개헌 최적기였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우선 참여정부의 낮은 지지율과 국정실패론이 문제였습니다. 노무현의 개헌 주장이 순수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국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대로만 가면 대권을 잡는다고 생각했던 당시 한나라당의 반발은 상당했습니다. 17대 총선에서 ‘탄핵이’라는 초대형 변수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처럼 대선을 목전에 두고 모험을 선택할 이유는 필요는 없었습니다.

만약 참여정부 임기말 노무현의 지지율이 높고 국정운영이 성공적이라는 국민적 평가가 대다수였다면 당시 개헌 논의는 상대적으로 순항하지 않았을가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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