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국제유가가 또다시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대세 하락국면으로 들어섰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21일(현지시간) 하루에만 2% 이상 떨어져 배럴당 42달러대까지 주저 앉았고 지난 2월 고점 이후 20% 이상 하락하면서 본격 약세장에 들어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비(非)OPEC 산유국들의 계속된 산유량 감축 합의 이행에도 불구하고 미국 셰일오일과 감산 합의에서 빠진 일부 산유국의 증산으로 인해 글로벌 원유 공급과잉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원유시장 참가자들이 좌절하는 대목이다. 실제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공개한 지난주 미국내 원유재고량이 시장 예상보다 많은 270만배럴 감소를 기록했지만 한 해중 휘발유 소비가 가장 많다는 드라이빙 시즌 평균치를 계속 웃도는 미국내 재고 부담은 계속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문제는 시장내에 악재만 가득할 뿐 도저히 반등을 이끌 만한 모멘텀도 존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맥스웰 골드 ETF시큐리티즈 투자전략 이사는 “원유시장은 온통 악재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며 “이는 시장심리를 억누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 맥길리언 트래디션에너지 리서치 이사도 “미국 원유재고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이 지표 하나만으로 그 많은 악재들을 되돌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유가가 하락세로 턴어라운드하는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추가 감산여부나 그 효과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큰 편이다. 브잔 쉴드롭 SEB 수석원자재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는 시장을 끌어올릴 만한 호재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미국과 리비아 등이 계속 생산을 늘리는 마당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을 더 확대해주기 만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