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정재웅 레밋 CFO] 지난 2월 25일, 미국의 대형 은행 중 하나인 JP모건체이스가 암호화폐를 발행한다는 소식이 일부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다. 자산 2조 달러(한화 약 2,500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은행이 암호화폐를 발행한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놀랍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지난 29017년비트코인 버블 때 암호화폐는 사기라고 주장했던 제이미 다이먼이라는 데 있다. 물론 제이미 다이먼은 작년에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고, 블록체인 기술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제이미 다이먼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긍정 발언 이후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JP 모건 체이스는 전격적으로 암호화폐 도입을 선언한 것이다.
현재 사람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은행 서비스는 사실상 19세기와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자동화기기(CD/ATM)가 도입되어 기본적인 창구 업무는 24시간 사용이 가능해졌지만, 그 외 복잡한 서비스는 여전히 창구에서 전문화된 인력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물론 한국 같은 경우는 인터넷 은행이 설립되어 기존 소비자금융 - 예금, 적금, 신용대출, 계좌이체 및 소액 송금 등 - 은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금융상품의 가입이나 기업금융의 경우는 여전히 은행에서 전문화된 인력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상술한 역선택 혹은 도덕적 해이는 계약이 불완전하기에 발생한다고도 볼 수 있다. 즉 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들은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를 예측할 수 없으며, 이들에 대한 평판에 대한 정보 역시 마찬가지로 없거나 있다고 해도 접근이 제한적이기에 계약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기에 이를 이용한 역선택이나 도덕적 해이 문제 역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이러한 문제는 결국 정보와 계약의 문제다.
만약 정보와 계약이 공개되며, 이를 악용하는 케이스 역시 투명하게 공개가 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현재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발생하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 역시 절감시킬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그 하나의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흐름과 달리 한국 정부는 여전히 블록체인 기술에 관해 규제와 금지 일변도다. 얼마전 시행된 규제 샌드박스에서도 해외송금 스타트업 모인이 제출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해외송금이 1차 심사에서 탈락한 바 있듯이, 아무리 글로벌 은행이나 국내 주요 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거나 도입해도 현행 규제 아래서는 모두 불법에 불과하다. 이러한 규제는 한국을 정보통신 기술과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에서 벗어난 하나의 갈라파고스로 만들 뿐이다.
블록체인 토큰 버블을 우려하여 무조건적으로 해당 기술의 활용을 금지한다면 이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속담을 스스로 실천하는 일에 불과하다. 정부 방침의 전향적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