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 “구조조정 없는 회사 만들고 싶어 창업에 나섰죠”

장동복 예스티 대표 인터뷰
경영위기 속에서도 구조조정無ㆍR&D 투자 강화..‘신뢰와 소통’ 철학 실천
반도체·디스플레이·환경안전 소재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
정부ㆍ대기업ㆍ협력사 노력 없으면 반도체 업종도 5년 내 ‘제2의 조선업’ 전락할 수 있어
  • 등록 2016-06-01 오전 8:22:05

    수정 2016-06-01 오전 8:22:05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지난 23일 찾은 경기 평택시에 소재한 예스티의 장동복(47) 대표이사 집무실은 다른 회사들과 사뭇 다르다. 비서와 경영지원부서가 대표이사 집무실 가까이에 있지 않고 통상 별도 공간에 모여 있는 연구개발(R&D) 부서가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장 대표는 “제조업체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R&D”라며 “가장 가까운 곳에 R&D 담당부서를 두고 수시로 R&D 부문 임직원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0년 설립한 예스티(122640)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과정에서 필요한 퍼니스, 챔버, 칠러 등 열처리 장비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예스티의 대표 제품인 퍼니스(Furnace)는 물질을 가열하거나 녹이는 장치로 반도체 제조의 기본인 웨이퍼에 열을 가하는 장비다. 웨이퍼의 열처리는 웨이퍼 표면에 붙어있는 불순물을 제거하거나 조직안정화를 시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대학 졸업 후 금형업체에서 일을 한 장 대표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1994년 반도체 업계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반도체 회사에서 종사한 지 5년 만에 그는 창업을 결심했다.

장 대표는 “재직 중이던 회사가 외환위기 당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며 “회사에서 인정을 받은 나는 구조조정 대상은 아니었지만 친한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보고 ‘구조조정이 없는 회사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창업을 했다”고 전했다.

◇사업초기 승승장구…곁눈질로 ‘실패’ 쓴잔

장 대표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업도 별 것 아니라는 건방진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거래처를 방문해 흡연장에서 담배를 피우다 보면 거래처 직원들이 생산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얘기하는 내용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이를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시킨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거래처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 거래처와의 관계가 돈독해져 회사가 급성장했다”며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예스티와는 별도로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방문을 생산하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당시는 MDF(중밀도섬유판) 합판재질로 만든 방문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합성수지를 첨가해 고가의 문을 만들었지만 시기상조였다. 비싼 가격에 해당 제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적어 사업은 금세 어려워졌다. 결국 2003년 시작한 건축자재 사업은 햇수로 3년 만인 2005년에 접을 수밖에 없었다.

장 대표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었던 아이템이었다”면서도 “당시 건자재 사업에 쏟은 열정을 반도체 장비 사업에 쏟았다면 지금보다 회사가 더욱 성장했을 것이라는 후회가 든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생각하면 당시의 실패가 오히려 보약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젊은 나이에 빨리 성공하면 사람이 거만해지기 쉽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장동복 예스티 대표(왼쪽 두번째)가 본사 클린룸에서 직원들과 생산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예스티
◇어려울 때마다 열어보는 금고 속 ‘보물’

장 대표는 힘든 순간마다 집에 있는 금고를 열어보곤 한다. 금고 안에는 건자재사업을 하면서 실패했던 원인을 직접 적은 종이가 있다.

그가 꼽은 실패의 원인은 △용병술 △전문성 △막연함 △현실성 △순진함 등 5가지다. 장 대표는 “업종에 적합한 인물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하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뛰어들면서도 막연하게 잘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내 능력이나 자본 등 현실 수준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채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기대를 한 점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도 경영적 판단이 필요하거나 힘들 때에는 사업실패 원인을 적은 종이를 보면서 원점에서 현재 사업을 재검토하거나 사업을 시작할 때의 초심을 다잡곤 한다”고 전했다.

반도체 장비 사업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하던 예스티는 다시 한 번 위기를 맏았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2010년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 사업에 진출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주력사업이던 반도체 장비 사업이 2012년 업황 악화로 위기를 겪은 것. 2011년 325억원이던 매출은 2012년 223억원, 2013년 221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장 대표는 “주변에서 회사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구조조정이 없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창업 취지에 반해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스스로 월급을 30% 삭감하고 직원들 급여도 10%가량 삭감하는 등 원가절감 노력을 지속했다.

그는 “회사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R&D 투자는 지속했다”며 “2012년과 2013년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이 21.0%, 10.4%에 이르는 등 R&D 투자는 지속했고 이 노력이 2013년 말부터 빛을 발했다”고 전했다. 2013년 221억원까지 줄었던 매출은 2014년 404억원, 2015년 706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4억원에서 80억원으로 20배 늘어났다. 장 대표는 “위기극복에 동참해 준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늘 가지고 있다”며 “당시 삭감했던 급여와 지연이자 등은 사업이 정상화로 돌아선 2014년에 모두 지급했다”고 덧붙였다.

◇다각화한 포트폴리오가 장점

장 대표는 예스티의 강점을 기술력 외에도 다각화한 포트폴리오로 꼽는다. 지난해 매출은 △반도체 장비(37.5%) △디스플레이 장비(32.7%) △환경안전 부품소재(24.9%) 등 비교적 매출 구조가 고르게 분포했다.

그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 열처리 장비 등 개별 영역에서는 예스티보다 훌륭한 회사들이 많다”면서도 “열처리 기술을 다방면에 적용해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는 예스티 외에 찾아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디스플레이 장비 가운데 VDO(바쿰 드라이 오븐·진공건조기)와 오토 클레이브는 예스티의 최고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VDO는 컬러필터 제조 시 발생하는 잔류가스를 최단시간 내 고진공으로 제거하는 장비로 디스플레이 수명을 향상시켜 준다. 오토클레이브는 디스플레이 모듈의 유리와 필름, 유리와 유리 사이에 남아있는 기포를 압력을 가해 제거하는 장비로 주로 모바일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시 활용하는 장비다.

장 대표는 “열처리 장비에 대한 장기간의 기술개발로 열제어와 진공가압을 할 수 있는 복합기술을 갖고 있다”며 “현재 국책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중인 기술개발을 완료하면 열제어 기술 부문에서는 가장 앞서는 회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예스티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글로벌 토털 솔루션 장비업체’를 목표를 하고 있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장 대표는 “개인적으로 이용한 원익IPS(240810) 회장을 존경한다. 이 회장이 ‘상장 후 단기적인 주가에 신경쓰면 악수(惡手)를 둘 수 있으니 중장기 로드맵을 짜서 차근차근 가다 보면 회사가 탄탄해질 것’이라고 말한 조언을 깊이 새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의 경영철학은 ‘신뢰와 소통’이다. 그는 “회사가 어려웠던 2012~2013년 당시에도 협력사 결제대금은 미뤄본 적이 없다”며 “우리가 어려우면 협력사는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금도 예스티 협력사들은 ‘영우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예스티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직원들과의 부단한 소통도 장 대표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대표이사가 직원들과 격의 없이 담배를 나눠 피우거나 농담을 주고받으며 소통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특정한 공간에서 시간을 정해서 의견을 나누는 것은 진정한 소통이 아니다”라며 “평소에 임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다보면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더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동복 예스티 대표이사는 23일 경기도 평택 본사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제조장비 및 환경안전부품소재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예스티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제2의 조선업’ 될 수 있어

최근 중국이 대대적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을 육성하는 것에 대해 장 대표는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정부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R&D 지원은 해줄만큼 해줬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이는 오산이다”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의 소재를 포함한 인프라는 우리나라보다 중국이 훨씬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디스플레이 투자도 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로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LG디스플레이(034220) 등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업체의 고급 인력 영입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장 대표는 “삼성, SK, LG 등 대기업과 정부, 대부분 중소·중견기업인 협력회사들이 삼위일체가 돼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며 “앞으로 5년 이내에 중국의 추월을 따돌리지 않는다면 제2의 조선업 사태가 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동복 대표는

1969년 강원 춘천시에서 태어나 춘천고와 인천기능대를 졸업한 뒤 세종반도체, 케이씨텍을 거쳐 2000년 3월 영인테크(현 예스티)를 설립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의 국산화를 이룬 공로로 2003년 벤처기업대상 산업자원부장관상, 2007년 한국우수자본재 국무총리상 등을 수상했다.

자료= 예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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