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차도 간결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 퇴임사, 꽃다발 증정 순으로 끝났다. 으레 하는 ‘걸어온 길’ 등의 제목이 붙은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은 없었다. 가까이서 보좌하던 직원들이 읽어내려가곤 하는 송별사(送別辭)도 건너뛰었다. 재직 기념 감사패 증정도 생략하고 직원들이 준비한 꽃다발 두 개를 받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 권한대행이 원해서 치른 ‘작은 퇴임식’이었다고 한다. 평소 소탈하고 주목받기를 꺼리는 성품이 그대로였다. 이런 이유에서 가족과 친지도 퇴임식에 부르지 않았다.
퇴임식을 지켜보던 한 헌재 직원은 “재판관님답다”고 했다. 퇴임식을 간소하게 치르기로 한 배경에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파면한 데 재판부를 이끌었던 것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헌재 관계자는 “어쨌든 국가적으로 슬픈 역사를 장식한 주역인데 떠들썩하게 떠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한 듯 4쪽 분량의 퇴임사는 박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과 관련한 소회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탄핵심판. 역사에 남을 재판인 만큼 한걸음 한걸음이 살얼음판에 가시밭길이었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퇴임(1월31일)하기 전 “재판부 결원으로 재판결과가 왜곡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정미 재판관 퇴임 전까지 선고해야 한다”고 재판일정에 대해 명확힌 입장을 밝한 것은 양날의 칼이었다.
재판을 길게 끌면 안 되는 점을 분명히 한 점에서 신속히 재판을 추진할 명분을 준 반면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기한을 정해두고 하는 재판이 공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고비도 있었다. 대통령 대리인단이 심리 막판에 이르러 ‘강경변론’을 펴면서부터였다. “강일원 주심은 국회의 수석대리인”, “이정미라는 특정 재판관의 임기에 맞춰 졸속으로 진행하면 안 된다”, “국회의원은 야쿠자인가”라는 막말이 신성한 헌재 법정에 등장했다.
막말 변론에 스트레스를 받은 권한대행이 뒷목을 잡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헌법재판관은 극한직업’이라는 네티즌들의 격려와 위로가 이어지기도 했다. 헌재 관계자는 “말려들지 않으려 애쓰는 이 권한대행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퇴임식 후 기념촬영은 청사 내부에서 했다. 이 역시 과거 퇴임한 재판관들이 일반적으로 퇴임식 후에 청사 건물을 배경으로 마지막 사진을 남기는 것과 달랐다. 헌재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탄핵심판을 함께 한 8명의 재판관이 함께 한 오찬이었다. 장소는 청사 지하의 구내식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