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사흘간 버틴 박근혜, 9분만에 떠난 이정미

국민의례, 퇴임사, 꽃다발 증정만으로 끝난 '작은' 퇴임식
평소 소탈한 성격인 이 권한대행 의사 반영한 조촐한 행사
4쪽 분량 퇴임사는 朴 파면결정 소회…"화합하길 바라"
신속과 균형, 두 가지 균형의 美 살린 재판진행 평가
  • 등록 2017-03-14 오전 6:30:00

    수정 2017-03-14 오전 6:30:00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9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13일 퇴임식에 소요된 시간이다. 이 권한대행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결정문 요지를 읽는 데 걸린 22분보다 짧았다. 이 권한대행이 이끈 헌재 재판부가 파면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사저로 향하는데 사흘이 걸렸다.

절차도 간결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 퇴임사, 꽃다발 증정 순으로 끝났다. 으레 하는 ‘걸어온 길’ 등의 제목이 붙은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은 없었다. 가까이서 보좌하던 직원들이 읽어내려가곤 하는 송별사(送別辭)도 건너뛰었다. 재직 기념 감사패 증정도 생략하고 직원들이 준비한 꽃다발 두 개를 받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 권한대행이 원해서 치른 ‘작은 퇴임식’이었다고 한다. 평소 소탈하고 주목받기를 꺼리는 성품이 그대로였다. 이런 이유에서 가족과 친지도 퇴임식에 부르지 않았다.

퇴임식을 지켜보던 한 헌재 직원은 “재판관님답다”고 했다. 퇴임식을 간소하게 치르기로 한 배경에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파면한 데 재판부를 이끌었던 것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헌재 관계자는 “어쨌든 국가적으로 슬픈 역사를 장식한 주역인데 떠들썩하게 떠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한 듯 4쪽 분량의 퇴임사는 박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과 관련한 소회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는 바로 엊그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민주주의의 요체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탄핵심판. 역사에 남을 재판인 만큼 한걸음 한걸음이 살얼음판에 가시밭길이었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퇴임(1월31일)하기 전 “재판부 결원으로 재판결과가 왜곡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정미 재판관 퇴임 전까지 선고해야 한다”고 재판일정에 대해 명확힌 입장을 밝한 것은 양날의 칼이었다.

재판을 길게 끌면 안 되는 점을 분명히 한 점에서 신속히 재판을 추진할 명분을 준 반면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기한을 정해두고 하는 재판이 공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신속과 공정 어느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는 재판이었다. 결론적으로, 치우침 없이 균형의 미(美)를 살린 재판이었다는 평가다. 특히 헌법재판관 8인 전원의 의견이 일치한 것을 두고서 이 권한대행의 역할이 주목받았다. 주장이 강한 재판관들이 한목소리를 낸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재판장의 역할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고비도 있었다. 대통령 대리인단이 심리 막판에 이르러 ‘강경변론’을 펴면서부터였다. “강일원 주심은 국회의 수석대리인”, “이정미라는 특정 재판관의 임기에 맞춰 졸속으로 진행하면 안 된다”, “국회의원은 야쿠자인가”라는 막말이 신성한 헌재 법정에 등장했다.

막말 변론에 스트레스를 받은 권한대행이 뒷목을 잡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헌법재판관은 극한직업’이라는 네티즌들의 격려와 위로가 이어지기도 했다. 헌재 관계자는 “말려들지 않으려 애쓰는 이 권한대행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퇴임식 후 기념촬영은 청사 내부에서 했다. 이 역시 과거 퇴임한 재판관들이 일반적으로 퇴임식 후에 청사 건물을 배경으로 마지막 사진을 남기는 것과 달랐다. 헌재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탄핵심판을 함께 한 8명의 재판관이 함께 한 오찬이었다. 장소는 청사 지하의 구내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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