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 아시아나항공, 매각 성공할까

2002년 취임한 박삼구 회장,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무리한 M&A 독
주요 계열사 매각, 아시아나항공마저 매물로
  • 등록 2019-09-14 오전 9:00:00

    수정 2019-09-16 오후 4:16:42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前) 회장(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주력 계열사였던 아시아나항공마저 결국 매물로 나왔다. 금호렌터카 등 알짜배기 계열사를 처분한데 이어 지난해 금호타이어까지 중국 기업에 매각해야 했던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무리한 기업 인수합병(M&A)가 가져온 ‘승자의 저주’에서 아직까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일 진행된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 스톤브릿지캐피탈, 애경산업 등이 참전했다.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이번 주 내에 숏리스트(적격 인수자 후보)를 발표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16일부터 데이터룸 실사를 진행한 뒤 내달 말 본입찰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2002년 분기점, 박삼구 전(前) 회장의 등장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나선 이유는 물론 회사의 악화된 재무 상태에 따른 것이지만 그 저변에는 박삼구 회장이 주도한 무리한 M&A가 자리잡고 있다. 2002년 금호그룹의 3대 회장이던 박정구 회장이 타계하자 2대 회장이었던 박성용 회장은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에게 형제공동경영합의서를 쓰도록 종용했다. 이에 따라 박삼구 회장은 실질적으로 2002년부터 그룹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박삼구 회장은 2006년 그룹의 지주사 노릇을 했던 금호건설을 키우기 위해 대형 M&A를 단행한다. 대우그룹이 무너질 때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사들였던 대우건설을 인수한 것. 과거 석유파동에 흔들린 경험이 있었던 금호그룹으로서는 비석유 부문 계열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건설에 힘을 싣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은 선택이었다.

문제는 가격.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6조4255억원에 대우건설을 인수했는데, 이는 그룹 전체 자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큰 돈이었다. 결국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인수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가(FI)들과 2009년 일정 주가에 미치지 못하면 FI들이 원하는 가격에 주식을 사준다는 풋백옵션을 걸고 차입금을 마련했는데 이것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무너지기 시작한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이후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2008년 대한통운을 4조1040억원에 인수하며 재계 순위 7위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당시 대한통운의 최대 주주로 등극한 것이 앞서 인수한 대우건설과 항공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었다. 건설, 항공, 물류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계열사를 확보한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그러나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며 크게 흔들리게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계열사 줄줄이 매각

2008년 세계 수위권의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쳤다. 이에 세계 증시가 일제히 하락장으로 접어들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난감해졌다.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했던 FI들의 풋백옵션 발동 시기가 다가오는데 주가는 지속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FI들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자 금호터미널, 아시아나공항개발 등을 대한통운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대우건설의 주 채권단이던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을 종용했고 결국 2009년 11월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대우건설 재매각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그룹 전체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이 자율협약을 추진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대한통운은 2011년 CJ그룹에 매각이 되고 결국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울며 겨자먹기로 대한통운에 넘겼던 그룹의 알짜 자회사인 금호터미널, 아시아나공항개발 등을 웃돈을 주고 사오는 촌극이 발생한다. 물론 해당 자금은 그룹의 주요 캐시 카우였던 아시아나항공이 댔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박 전 회장의 무리한 M&A가 꼽히는 이유다.

금호아시아나, 다시금 날개 되찾을 수 있을까

현재 진행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두고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와 증권사, 대기업들이 합종연횡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돌연 등장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면세점 사업 등의 시너지를 고려해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수 조원에 달하는 항공사를 인수할 유인이 적은 탓이다.

따라서 인수의 키는 미래에셋대우가 쥐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홍콩 회장과 박삼구 전 회장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은 광주제일고 선후배 사이다. 박현주 회장이 박삼구 전 회장의 구원투수로 등판하고자 과거 부동산114 딜을 함께 추진했고 박현주 회장의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인 정몽규 회장이 있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가형항공사(LCC)를 비롯해 항공운송업황 전반이 부진한 탓에 부채만 2조원에 가까운 아시아나항공을 살 유인이 크지 않은 실정”이라면서 “다만 박현주 회장이 SI를 앞세워 아시아나항공을 산 뒤 후에 다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되넘기는 일종의 파킹딜을 구상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미 경영에 실패한 전례가 있는 금호아시아나에 되파는 것을 당국이 용인해 주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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