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천안함 배후' 논란…적을 적이라 못하는 국방부

  • 등록 2018-02-25 오전 11:18:16

    수정 2018-02-25 오전 11:23:26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 군에게 2010년 3월 26일은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우리 영해인 백령도 서남방 2.5km 해상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날입니다. 해군 승조원 104명중 46명이 전사했습니다. 같은 해 11월 23일 역시 잊지 못할 날입니다. 북한은 이날 연평도 부대 지휘소와 K-9 자주포 진지 등 군사시설은 물론 민간지역에 대해 무차별적인 포격을 가했습니다. 북한이 6.25 전쟁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영토를 향해 공격한 사건입니다. 이로 인해 해병대 소속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전사했으며 민간인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같은 북한의 도발의 배후에는 ‘정찰총국’이라고 하는 대남공작기구가 있었고 그 책임자가 김영철이라는게 당시 군 당국의 판단이었습니다. 황원동 당시 국방부 정보본부장은 천안함 피격 배후에 대해 북한 정찰총국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도 연평도 포격 도발도 김영철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국방부는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장병들에게 정신교육까지 한바 있습니다.

김영철(맨앞 오른쪽)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5일 오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北 소행 맞지만…김영철·정찰총국 관여 불명확?

그러나 국방부가 김영철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평창동계올림픽 폐막행사 참석에 대해 입을 다물었습니다.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를 피하려는 듯합니다.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형국입니다. 게다가 국방부는 말을 바꾸는듯한 뉘앙스까지 풍겼습니다. 당시에는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의 배후에 북한 정찰총국과 김영철이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얘기한 것이고, 공식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국방당국의 저자세가 논란이 되는 이유입니다.

북한 정찰총국의 실체를 들여다 보면 국방부의 이같은 변명은 궁색해집니다. 정찰총국은 당과 군에 흩어져 있던 대남 공작부서들을 하나로 통합해 지난 2009년 2월 새롭게 만든 기구입니다. 당초 노동당 산하에서 대남 정치적 목적 수행을 위해 활동했던 대외정보조사부(35호실)와 작전부가 군의 정찰국과 통폐합해 정찰총국으로 개편된 것입니다. 정찰총국은 인민군 총참모부 산하 2부 13개국 가운데 하나지만 김정은에게 직접 보고하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북한의 대남공작 총괄기구라는 얘기입니다. 사이버 테러든 천안함 침몰이든 무엇이든 간에,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을 내리면 그건 당연히 정찰총국에서 한 것이 되는 셈입니다. 김영철이 정찰총국장으로서 도발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입니다.

북한이 당과 군에 흩어져 있던 대남공작기구를 군 주도로 통합하고 군부의 강성 인물로 평가받는 김영철을 책임자로 임명한데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 대남공작의 방향이 더욱 공격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정찰총국 재편 이후 북한은 2009년 11월 대청해전(제3차 서해교전),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11월 연평도 포격 등의 무력 도발을 자행했습니다. 이는 북한군 4군단장이었던 김격식과 정찰총국장이었던 김영철이 주도했다는게 군 당국의 분석이었습니다. 4군단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관할하고 있는데다 정찰총국이 대남 공작을 맡고 있는 만큼 이들이 함께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것입니다.

“따로 언급 않겠다”…입 다문 국방부

김영철이 현재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장 직책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방남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정부 입장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재개된 남북대화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려는 국방부의 입장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는 상당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국방부는 ‘국방백서’ 등을 통해 여전히 북한정권과 북한군을 우리의 적(敵)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 함정과 우리 영토를 공격해 5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군과 그 배후로 지목된 김영철은 여전히 우리 군의 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같은 핵심 관계자가 방남하는데 대해 우리 국방부는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기로 했다.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고만 했습니다. 군인들 조차 이건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군의 사기를 생각해서라도 우리 군을 대표하는 국방부는 최소한 유감이라도 표명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유족들을 찾아 위로의 말이라도 건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각에선 지난 정부 시기인 2014년 10월 남북 군사 당국자 접촉이 판문점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개최된바 있고, 당시 ‘천안함 폭침’ 책임과 관련해 어떠한 논란도 제기된 바 없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김영철이 당시 넘어 온 곳은 우리 영토가 아닌 유엔군사령부 관할 구역입니다. 만남의 목적도 서해상에서 발생한 남북 함정간 교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손님으로 오는 이번 방남과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언론에 설명자료까지 펴내며 김영철 방남을 옹호하는 현 정부의 모습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고전적인 대남 전략인 ‘남남갈등’입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가 서쪽에서 뜨지는 않습니다. 역사적 사실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거듭 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바뀌었다고 적을 적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지금의 군 당국 모습이 오히려 정치적인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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