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써라, 박살난다”...화천대유 세워진 날 녹취록 공개

  • 등록 2021-10-25 오전 9:11:15

    수정 2021-10-25 오전 9:11:15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의 로비·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설립되던 날,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내용의 녹음 파일이 지난 24일 공개됐다. 황 전 사장은 임기 3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지난 2015년 돌연 사퇴했다.

이날 채널A가 공개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었던 유한기씨는 지난 2015년 2월 6일 오후 3시 30분께 황 전 사장의 집무실을 찾아 사직서를 요구했다.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24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사 직원들 사이에서 유씨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뒤를 이은 이인자라는 의미로 ‘유투’라고 불렸다. 유 전 본부장은 공사 내 일인자라는 의미의 ‘유원’으로 통했다.

당시 유씨는 황 전 사장에게 “사직서를 쓰라”라고 말했다. 이에 황 전 사장은 “어쨌거나 하여튼 내가 유동규를 한 번 만날게” “그거 써주는 게 중요한 거야 지금?”이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그러자 유씨는 “왜 아무것도 아닌 걸 못써 주십니까”라고도 했다. 황 전 사장은 “내가 (사직서를) 써서 줘도 (이재명 당시) 시장한테 갖다 써서 주지 당신한테는 못 주겠다”라고 거부했다.

이에 유씨는 황 전 사장에게 “아닙니다. 오늘 해야 합니다.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 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다시 타이프를 쳐올까요. 오늘 해야 합니다” “오늘 때를 놓치면”이라고 말하며 재차 사직서를 요구했다.

유씨가 황 전 사장에게 사직서 제출을 요구한 이날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 사업의 민산 사업자 공모를 공고하기 일주일 전이자 화천대유가 설립된 날이었다.

유씨의 계속된 사퇴 요구에 황 전 사장은 “정 실장과 유 전 본부장이 당신에게 (사직서 제출 요청을) 떠미는 것이냐”고 물었고, 유씨는 “그러고 있어요. 그러니까 양쪽 다”라고 대답했다.

대화 내용에서 ‘정 실장’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자 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선캠프 비서실 부실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40분 분량의 녹음 파일에서 유씨는 황 전 사장에게 사직서 제출을 14차례 요구했다. 또 유 전 본부장과 ‘정 실장’을 각각 12번, 8번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황 전 사장의 사직서는 약 한 달 뒤인 2015년 3월 11일 처리됐다. 이후 대장동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는 3월 27일에 선정됐다.

이와 관련, 황 전 사장은 이날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이 후보의 개입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중에 다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7일 경기남부경찰청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그는 “대장동 개발은 유 전 본부장이 주도했고 그가 실세였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녹취록에 언급된 정 실장은 이 후보의 핵심 측근으로 2019년 2월 성남시 대장동 개발지구 내 전용면적 84㎡(공급면적 34평형) 아파트 1채를 분양받아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녹취록 관련 다수의 언론을 통해 “이런 일에는 항상 저를 파는 사람들 있다. 누구와도 황 전 사장의 거취 문제를 의논하지 않았다”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당시 성남시 실국 10여 개 산하기관의 공약 사업에 관여했지만, 세부적 내용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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