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경제적 불확실성 많지만…비관은 경계"(상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우리 경제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으나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가 관건이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경제학 용어인 ‘자기실현적 기대(self-fulfilling expectations)’를 인용하면서 “비관적 인식 그 자체가 미래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지난 24~25일 이틀간 울산 및 포항 지역본부를 방문해 조선·자동차·석유화학·철강업체 관계자들을 만난 후 이날 한은 본관에서 경제동향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에는) 기업 구조조정, 청탁금지법 시행,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건설경기 둔화 가능성,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많은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3분기 GDP 성장률이 0.7%로 발표됐는데 물론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어려운 대내외 여건 하에서 정부의 정책적 노력 등에 힘입어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유지해 왔다”면서도 “그러나 우리 경제가 앞으로도 성장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기업 구조조정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동남권을 방문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조선업 등이) 모두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으로 현재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경영 합리화 노력을 나름대로 강도있게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산업별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밑그림을 갖고 업계와 긴밀한 협의 하에 구조조정을 경제논리에 따라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아울러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적 인식도 경계했다.

이 총재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되 최선의 상황에 대한 희망을 놓지 말라(Hope for the best, prepare for the worst)’는 영국의 격언처럼 어려운 때일수록 위험 요인들을 더욱 철저히 관리하고 대비해야 한다”면서 “한편으로는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은 앞으로도 대내외 경제여건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러한 변화가 성장 흐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면밀하게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