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주한지 12년째인 480가구 A아파트가 있습니다. 또다른 어딘가에 입주 13년차를 맞은 560가구 B아파트도 있습니다.
A아파트와 B아파트 모두 장마철을 앞두고 옥상 방수 관련 점검을 하던 도중 부분 공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입찰을 통해 공사업체를 선정했습니다.
낙찰 금액은 A단지 1200만원, B단지 1300만원이었습니다. 가구당 공사부담금을 따져보니 A단지는 2만5000원이고 B단지는 2만3200원입니다.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A단지 관리사무소에서는 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집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집주인들에게 부분수선 공사비를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B단지의 경우는 소유권이 아닌 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현재 살고 있는 입주민들에게 공사비 부담을 요구했습니다. A단지는 옥상 방수 부분수선 공사를 장기수선계획에 반영해 운영하고 있고 B단지는 수선유지비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A단지, B단지 모두 잘못이 없습니다. 장기수선과 관계된 필수 항목이 축소되면서 필수 항목에서 제외된 항목의 처리 방안 등에 대한 대안까지는 아직 정비가 되지 않은 탓입니다. 공동주택관리법에서는 공동주택의 비용부담에 관해서 관리규약 준칙에 위임하고 있는데, 아직 이 부분까지 반영이 안됐습니다.
현재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은 시·도지사가 제·개정하는데요. 여기에 장기수선충당금과 수선유지비를 구분하는 표준안이 없기 때문에 결국 단지별로 자체 판단해서 회계처리 방법을 결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명확한 구분규정이 없는 것’에 있었네요.
오래 전부터 장기수선항목과 수선유지항목의 표준화된 구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어온 만큼 지역별 특성이 반영된 표준안이 준칙에 하루 빨리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관리책임과 비용부담 등 이해관계 조정에 관한 사적자치 보장과 비교가능성, 투명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지금이야 아파트 재건축 바람이 한창 불고 있지만 10여년 후면 웬만한 단지는 거의 재건축될테고 그 이후에는 누가 관리를 잘 해나가느냐가 중요한 때가 다가올 겁니다. 그 전에 공동주택의 장기수선계획과 관련한 규정들을 정비해 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도 공동정보관리시스템에 해당 단지의 수선 이력을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돼 있긴 합니다. 그러나 입주자들의 관심 부족으로 실효성이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참에 공동주택의 관리 이력과 장기수선충당금 적립 현황이 매매나 임대차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계약단계에서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