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업계 엇갈린 통상임금 판결…왜?

상여금 통상임금 인정두고 법원 판결 오락가락
근로계약법상 통상임금 관련 정의 없어
시행령 6조에만 명시, 고정성은 빠져 있어
통상임금 정의마련돼도 '신의칙' 적용 따라 판결 갈릴 수
  • 등록 2016-02-22 오전 8:05:30

    수정 2016-02-22 오전 8:05:30

[이데일리 최선 기자] 지난해 각각 1조 5000억원 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009540)삼성중공업(010140)의 희비가 통상임금 관련 판결에서는 엇갈리고 있다.

‘어디까지를 직원들의 통상임금으로 볼 것이냐’와 ‘얼마만큼의 영업손실을 회사의 경영 악화로 볼 것이냐’에 대한 법원 간의 평가가 다르게 나왔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기준 없이 상황에 따라 사법부의 판단이 갈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통상임금의 범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13일 현대중공업은 통상임금 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부산고등법원은 회사 측이 제시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 2009년 12월 이후 4년 6개월간 임금 소급분을 6295억원을 직원들에게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노조의 손을 들어줬던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만 직원들이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였다.

더욱이 법원은 노조가 통상임금으로 주장한 명절 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시켰다. 정기 상여금은 근로자 퇴사 이후에도 지급되는 ‘고정성’을 띄었지만 명절 상여금은 근로자 퇴사 이후 지급된 적이 없어 고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현대중공업 사례와 달리 삼성중공업은 지난 17일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했다. 삼성중공업 생산직 근로자들은 정기상여금, 기족수당 중 2만원, 자기계발비, 자율관리비, 개인연금보험료 회사지원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소송을 2012년 10월 제기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개인연금보험료 회사지원금을 제외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삼성중공업이 추가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법정수당과 퇴직금을 포함해 976억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 관련 소송 재판부는 현대중공업의 사례와 상반되게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손실 1조 5401억원을 기록해 9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같은 기간 영업손실이 1조 501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경영악화에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는 통상임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문제가 되는 ‘고정성’은 법에 명시돼 있지 않고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은 기준이 추상적이다. 두 조선 업체의 판례와 같이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고정성은 지난 2013년 말 갑을오토텍에 대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등장한 개념이다. 사전에 금액이 확정돼 고정적으로 지급돼야 통상임금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의 조건인 정기성, 일률성은 근로기준법시행령 제6조에만 명시돼 있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상대방의 신뢰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로 민법 제2조에 명시돼 있다.

고용노동부 등 정부, 정치권 여당과 야당은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정하느냐를 두고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통상임금의 개념이 좁아지면 근로자의 임금이 감소하고 근로시간 단축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반대로 통상임금의 개념을 넓히면 기업의 추가비용 부담이 늘고 고용조정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 상임위 통과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번 19대 국회 임기 동안에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준 설정에 따라 노사 간 희비가 교차할 수 있어 통상임금 조건 구체화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신동명 공인노무사는 “근로기준법에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정의 내리지 않고 있기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향후 고정성이 정의내려진다고 하더라도 신의칙 개념이 있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하더다도 판결이 갈릴 수 있는 여지는 있다. 또한 회사마다 재직근로자 기준 포함 여부 등 상여금 특성을 달리하고 있어 통상임금을 둘러싼 분쟁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우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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