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이승만·김대중…저주로 도배된 게시판, 해결책 없을까

상대 향한 배설 가까운 댓글에 사람들 우려·피로감 호소
좌우 갈등 심화한 근현대사 다룬 영화 개봉될 때마다 반복
포털 등 자정 기능 강화하고 있지만…지침 강화 필요성도
“과태료처럼 일주일간 댓글 달지 못하게 하는 등 방안도”
  • 등록 2024-02-18 오후 2:59:39

    수정 2024-02-18 오후 7:28:07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XX당을 저주한다.’, ‘시체 팔이 지겹다.’

맞벌이를 하는 직장인 김모(37)씨는 딸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 때면 걱정이 앞선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가 한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정치적인 대립이 심화한 각종 뉴스와 관련된 댓글을 볼까 봐서다. 김씨는 “퇴근 후 피곤하면 평소 이용하던 폰을 아이에게 주고 놀게 할 때도 있는데 요즘 따라 겁이 난다”며 “아직 한글을 더듬더듬 읽으니까 괜찮겠지만 ‘건국전쟁’ 관련 뉴스에 달린 댓글 등을 보게 될 텐데 벌써 한숨이 나온다”고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과 12·12 사태를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이 연이어 흥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씨처럼 상대를 저주·조롱하는 내용이 담긴 댓글을 걱정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50만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상대를 향해 거친 말을 쏟아내는 댓글들로 넘쳐난 데 따른 것이다.

18일 이데일리가 살펴본 건국전쟁 뉴스에 게재된 댓글 대다수는 상대를 향한 모욕·조롱 등이 대다수였다. 국내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 네이버·다음에는 “건국전쟁을 보고 이승만을 생각한 사람은 좌파라면 치를 떤다. XXX당을 저주한다”, “북조선 애들 농간에 너무 놀아났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등의 댓글이 게재됐다. 이에 “어디 ‘택시운전사’·‘서울의 봄’같은 상업영화랑 건국전쟁을 비교하느냐, 멍청한가” 등의 댓글도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걱정뿐만 아니라 피로감을 호소한다. 대학생 김모(25)씨는 “댓글 중에서 근거를 들면서 상대를 비판하면 ‘저런 생각도 있지’라는 생각으로 읽어본다”면서도 “상대가 그냥 싫으니까 배설하듯이 쏟아내는 댓글을 보면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해서 언제부터인가 댓글을 보지 않게 됐다”고 했다. 댓글에 집착하는 가족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안모(29)씨는 “아버지가 최근에 건국전쟁을 보고서는 뉴스에 달린 댓글들을 일일이 챙겨보면서 본인 생각을 가족에게 강하게 이야기한다”면서 “엄마나 저나 그런 댓글을 그만 좀 보라고 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악성 댓글을 활용한 진영 갈등은 어제오늘 만의 일은 아니다.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가 개봉될 때면 저주에 가까운 댓글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달 10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길 위의 김대중’이 개봉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쪽에서는 “돌아가신 분들 감정 팔이 지겹다 정말” 등의 댓글을 게시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슬슬 때가 되니 해충들이 기어나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 개봉됐던 ‘국제시장’, ‘연평 해전’이나 문재인 정부 시절 개봉했던 ‘택시운전사’, ‘1987’ 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물론 네이버나 다음도 이런 댓글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네이버는 2019년부터 악성댓글 탐지 ‘AI(인공지능) 클린봇’을 운영을,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도 AI로 욕설이나 비속어를 가려주는 ‘세이프 봇’을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댓글 차단 등의 조치에도 여전히 악성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가치판단을 하기 어려운 유치원 등을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취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사회 규범을 넘어서는 악성 댓글에 대한 강화된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성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해 댓글 창을 없애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면서도 “사회 규범을 넘어서 혐오 표현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게 하려면 대가가 따른다는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내용의 댓글을 다는 사람들에게 과태료처럼 일주일간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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