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하려면 노동법·설비반출 ‘딴지’… 중국 진출 中企 ‘벙어리 냉가슴’

유턴기업 41개 중 38개가 中진출기업
노동법 잣대로 보상금 요구… 기계반출도 금지시켜
  • 등록 2017-09-20 오전 6:05:00

    수정 2017-09-20 오전 6:05:00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중국 허베이성에 생산법인을 세운 국내 기업 A사는 최근 2년간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2000년대 이후로 제품 수요가 정체 상태였는데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유휴설비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영업적자가 크게 나빠지고 있어서다. 부실한 중국법인으로 인해 이 회사의 전체 실적도 적자 일색이다.

A사는 공장을 이전해 제품 생산라인을 바꾸고 연구소를 신설하는 등 변화를 주려고 했지만 중국 당국의 강력한 노동법으로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현지 근로자들을 구조조정해야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막대한 보상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A사는 2년째 중국 당국과 공장 이전 문제를 두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타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중소기업들을 둘러싼 중국발(發) 리스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정부의 한국기업에 대한 유·무형의 규제가 강력해지면서 중소기업들은 더욱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이에 국내로 되돌아오는 ‘유턴(U턴)기업’들의 사례도 늘고 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 여전히 현지 철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상반기 기준)까지 국내로 유턴한 기업 41개사 가운데 중국으로부터 복귀한 기업은 38개사(93%)에 달했다. 올해는 3개사가 유턴을 결정하고 최근 국내 공장 건립 또는 부지 물색에 나서고 있다. 이같이 국내 유턴기업들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되돌아왔다는 것은 그만큼 현지에서의 사업환경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최근엔 사드 여파까지 겹치면서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더 나빠지고 있다.

중국시장 철수를 추진했던 제조 중소기업 B사도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산 반출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중국 정부의 황당한 요구에 B사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반적인 생산기계를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장비’로 규정하면서 중국 정부가 반출을 금지했던 것. 제조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기계조차도 딴지를 걸며 반출을 금하자 B사는 철수 결정을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중소기업 C사의 경우에는 중국 정부의 딴지에 질려 현지법인의 재무상황을 고의적으로 악화시켰다. 사실상 고의 부도 처리를 꾀했던 셈이다. 현지법인을 ‘깡통법인’으로 만들어 중국 당국으로부터 시장 철수를 승인받기 위해서다. 억지스러운 중국 정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눈물 겨운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이같은 경우 정부로부터 보조금 지원 및 세제감면 혜택을 받는 유턴기업 선정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고의이긴 하지만 서류상 중국법인의 재무상태가 부실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에서도 해당 중소기업을 유턴기업으로 선정하는 것은 기준상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기관 관계자는 “중국은 사드 문제 이전에도 자산반출을 시도하려면 너무 어려웠던 국가”라며 “현지법인의 재정을 악화시키거나 법인 매출을 모회사로 잡는 등 중소기업들은 중국에서 탈출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들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주로 노동·세금 문제를 걸고 넘어지며 소송까지 진행하는데 판례도 제대로 없고 기준 없이 임의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송 판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어 해당 중소기업들이 기다리는 것도 힘들고 실제 판결이 이뤄지더라도 대부분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결국 중국에서 철수하려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고 나오는 경우 또는 지속적으로 중국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현지에서 ‘꽌시(연줄)’ 형성을 통해 방법을 모색하는 것 아니면 현재로선 해결 방안이 없다”며 “우리 정부가 중국에서 압박받는 국내 중소기업들을 현실상 방어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국내 복귀한 기업들을 ‘유턴기업 정책’ 등을 통해 사후 지원해줄 수 있는 영역을 넓히는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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