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싸이월드 "응답하라 싸이 이용자여"

25일부터 크라우드펀딩 시작하고 초심에서 다시 시작
3200만 국민들의 추억 "이대로 사라질 수 없다" 다짐
  • 등록 2016-01-23 오전 10:44:52

    수정 2016-01-23 오전 10:44:52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IT업계는 하루 단위로 급변한다. 업계 강자라도 방심하면 추락이다. 경쟁자는 많고 사용자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극명한 예가 싸이월드다.

싸이월드 옛 미니홈피 (싸이월드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 캡처)
우리나라 대표 SNS였던 싸이월드..순식간에 ↓

싸이월드는 우리나라 대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3200만명의 회원, 이들이 남긴 약 140억장의 사진이 이를 말해준다. 지금은 하루 이용자 15만명 수준이 됐지만 페이스북·카카오톡 이전까지 하루 300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싸이월드를 썼다.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했고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싸이월드는 위축되기 시작했다. 대기업 모회사는 나름 변화를 시도했지만 늘 뒤늦었다. 경쟁사를 따라 여러 서비스를 벌렸고 과도한 광고도 붙였다. 떨어지는 도토리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이벤트도 시작했다.

2012년에는 ‘싸이가 썩고 있다’는 자기비하적인 이벤트를 벌였다. 이용자들이 미니홈피를 꾸미지 않아 썰렁해졌다는 표현이다. 돈을 더 쓰라는 얘기다.

사람들이 모여 따뜻한 정을 나눈다는 취지는 무색해졌다. 끈끈한 정으로 모였던 ‘사이버 골목길’에 상업용 간판이 내걸리고 잡상인들이 출입하면서 사용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했다.

PC를 기반으로 성장했던 싸이월드는 이런 변화가 당황스러웠다. 발 빠른 모바일화가 필요했다. 피처폰에서 싸이월드를 운영해본 경험도 있었다. 잘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발목을 잡은 것은 ‘몬스터’가 된 그들 자신이었다.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너무 비대했다.

모회사 격인 대형 통신사는 싸이월드가 스마트폰과 접목돼 그들의 문자 메시지 매출을 잠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페이스북 카카오톡이 위협적이었지만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이 ‘곧 따라잡겠다’로 바뀌고 ‘이젠 힘들어졌구나’로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99년 창업 이후 2000년대 한국 젊은이들의 추억저장소이자 ‘사이버 골목길’이었던 싸이월드는 그렇게 기울어져 갔다. 뒤늦게 모바일화를 시도했지만 사용자 이탈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2011년 국내 SNS 시장 점유율 59.1%였던 싸이월드는 2015년 2.4%로 축소됐다.

매출이 줄면서 ‘귀하신 몸’이었던 싸이월드는 정리 대상이 됐다. 페이스북을 따라잡겠다고 큰소리친 지 1년여나 됐을 시점이었다. 내부에서 수많은 토론이 있었다. 대기업 논리대로라면 싸이월드 서비스는 접어야 했다. 매출은 적은데 비용이 과다했다.

2014년 1월 싸이월드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분사하고 ‘새 싸이월드’가 됐다. 1999년때처럼 스타트업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순수 SNS로 시작키로 한 것이다. 싸이월드에 애정을 갖고 있던 직원들이 싸이월드를 따라 나왔다. 직원 출자형 회사가 된 싸이월드는 그간 비즈니스 모델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골목길 네온싸인 같았던 광고도 덜어냈다. 1988년 도봉구 쌍문동의 이웃들처럼 다시 웃음꽃 피길 기원했다.

“꼭 살리겠습니다”..새 싸이월드, 시련 딛고 재기 꿈꾼다

독립한지 2년. 22일 싸이월드를 찾았다. 사이버 ‘동네 골목길’을 지향했던 싸이월드 본사는 번화가와는 먼 대로변에 있었다. 이수 교차로 근처 주유소 옆이 싸이월드의 현재 주소였다.

작아진 싸이월드는 주유소 옆 건물 한 개 층을 쓰고 있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갔을 때 싸이월드 안은 휑했다. 반은 비어 있었다. 사무실 절반은 빈 책상이 차지하고 있었다. 떠난 사람들의 자리였다.

김동운 싸이월드 대표
김동운 싸이월드 대표는 “현재 직원 수는 스무명 정도”라며 “45명이었던 직원들이 지난 10월 서비스 개편 이후 3개월만에 이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10월 서비스 개편은 싸이월드 입장에서 사람들의 반이 나갈 정도의 시련이었다.

당시 싸이월드는 모바일로 전면 개편했다.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떠났던 사용자들이들이 다시금 찾아왔다. 이들중 상당수는 너무나 달라진 모습에 실망했다.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예기치 못했던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분노를 표출한 이들도 있었다.

김 대표에 물었다. 왜 추억의 미니홈피를 없애야만 했냐고. 김 대표는 “2011년, 2012년 당시에 디지털 아이템 등에 과도한 상업화가 이뤄졌다”며 “매출 성장을 위해 광고를 공격적으로 도입하면서 싸이월드가 거대해졌다”고 운을 뗐다.

그는 “PC때부터 여러 서비스와 시스템을 그때그때 덧붙이는 식이었다”며 “서비스 구성 자체를 바꾸지 않고서는 비용적인 개선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니홈피가 사라진 점에 대해서는)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니홈피가 사라졌다고는 하나 스킨, 미니룸까지 모두 삭제된 것은 아니다. 다이어리, 사진, 게시글도 그대로 볼 수 있다. ‘하나의 통’ 속에 들어가 있을 뿐이다. 싸이월드가 살아나면 하나씩 다시 꺼내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게 싸이월드의 목표다.

그래도 지난 3개월은 싸이월드와 싸이월드 구성원들에게는 힘든 시간이었다. 싸이월드를 살리기 위해 같이 대기업을 나왔던 동료의 절반이 떠나갔다. 남은 절반은 싸이월드에 남았다.

김 대표는 “다른 더 좋은 곳에 갈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싸이월드가 좋아 남은 사람들”이라면서 “힘들지만 싸이월드를 다시 살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했던 김 대표 본인도 단지 싸이월드가 좋아 남은 직원이다. 미국 유학파 출신으로 통신 전공자였던 김 대표는 SK텔레콤에 입사했다. SK텔레콤에만 있었다면 상무급의 임원을 달 수 있었다. 그는 2005년 당시 싸이월드에서 잠깐 일할 때를 잊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그는 싸이월드 분사 당시 자발적으로 합류했다.

스무명의 인원들이 남은 이유는 간단했다. 싸이월드를 이대로 버릴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싸이월드는 2000년대 PC를 쓰던 국민들의 추억의 서비스이지만 본인들의 ‘추억’이 어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진과 글들, 지금 SNS에서 나눌 수 없었던 정담(情談)이 오가던 곳이 싸이월드였다.

지난 10월 미니홈피를 없애고 서비스를 최소한으로 한 것도 싸이월드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매머드급 서비스가 아닌 스타트업으로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싸이월드 직원들. 이들은 순전히 싸이월드가 좋아, 싸이월드를 살리고 싶어남은 이들이다. (싸이월드 크라우펀딩 페이지 캡처)
이제 싸이월드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바로 크라우드 펀딩이다. 싸이월드의 지분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내놓고 공모 할 예정이다. 시작 시점은 오는 25일이다.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와디즈를 통해 자신들의 지분 9% 정도를 내놓는다. 5억원 규모다.

김 대표는 “기업의 지분을 크라우드펀딩으로 공모하는 것은 국내 최초”라며 “싸이월드 역사상으로도, 국내 크라우드 펀딩으로도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장사이지만 자신들의 지분을 공개적으로 내놓는 셈이다. 사실상의 기업 공개로도 볼 수 있다.

싸이월드가 크라우드 펀딩에 나설 수 있는 이유, 이것도 간단하다. 싸이월드에서 추억을 공유한 ‘이웃집 영희’ 같은 보통 사람들과 힘을 합치고 싶어서였다. 일부는 달라진 싸이월드에 화가 나 있겠지만, 그래도 이들의 힘이 합쳐진다면 싸이월드가 다시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억이 어린 싸이월드가 이대로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마지막 희망을 이용자에 건 것이다.

2016년 1월 현재 싸이월드의 회원 수는 약 3200만명이다. 이용자들이 남긴 사진 데이터는 140억건, 다이어리에 남은 글만 20억개가 넘는다. 김동운 싸이월드 대표는 “이용자 분들이 (우리 서비스가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같이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를 해주고 부족해도 (싸이월드를) 사용해주시면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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