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혜의 편식주의자] 오늘밤에도 혼자 맥주 마실 거에요?

  • 등록 2016-07-04 오전 8:01:24

    수정 2016-07-05 오전 9:06:41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간편한 식사에 만족스런 맛을 느낄 때만큼 행복할 때가 없습니다. 그 원초적인 욕구를 위해 간단하고 편안한 음식으로만 ‘편식’(便食) 해보려고 합니다. 맛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다소 솔직하고 자극적일 수 있겠지만 늘 먹거리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잘 먹겠습니다.

과자라 쓰고 안주라고 읽는 혼맥족의 소울푸드

최근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전국 20대 남여 500명을 대상으로 ‘20대 혼맥족의 맥주 및 안주 소비 트렌드 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음주 횟수 중 혼맥이 차지하는 비율은 35.5%. 즉 3번의 1번 꼴로 ‘혼맥’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이 말한 혼맥의 묘미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혼자 마시는 게 편하다는 이유의 ‘자유’ 였습니다.

혼자 맥주를 즐기는 시간이 비단 20대에게만 해당될까요? 회사 근처에서 자취하는 이대리도, 기러기 아빠 김과장도, 아내가 기다리는 박 부장에게도 퇴근길에 산 캔맥주와 과자는 휴식 이상의 해방을 누리게 해줄 도구로 쓰입니다.

‘편식’을 위해 이데일리 식구들이 모였습니다. 이들의 친맥(친구와 맥주) 분위기에 당황스러운 1인, 접니다.
맥주를 마시면서 야구를 ‘집관’하든, 다운로드 받은 영화를 보든, 게임을 하든 자유를 맛있게 즐기려면 안주가 필요한데, 아무리 치맥이 진리라지만 혼자 마시는데 치킨 한 마리를 시킬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서 감자를 튀길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과자라고 쓰고 안주라고 읽는 먹거리가 있습니다.

앞서 ‘20대 혼맥족의 맥주 및 안주 소비 트렌드 조사’에서 혼맥족이 사랑하는 안주 1, 2위로 뽑힌 ‘오리온 포카칩 오리지널’(1500원)과 ‘농심 새우깡’(1100원) 그리고 최근 3개월간 출시된 신제품 가장 먹어보고 싶은 스낵으로 뽑힌 ‘오리온 스윙칩 간장치킨맛’(1500원)과 ‘해태 타코야끼볼’(1500원)을 구입했습니다. 과자 안주의 정통 강자와 신흥 강자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평소 맥주를 즐기는 이데일리 식구들 7명에게 좋아하는 맥주를 주문받은 뒤 과자 네 봉지를 풀어놨습니다. 단, 상대적으로 맛이 강한 ‘오리온 스윙칩 간장치킨맛’과 ‘해태 타코야끼볼’을 나중에 먹도록 제한했습니다.

과자를 먹어본 뒤 맥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순서대로 부등호 표시하도록 했습니다.
이번 편식 결과를 평균으로 따져보니 해태 타코야끼볼 > 오리온 스윙칩 간장치킨맛=오리온 포카칩 오리지널>농심 새우깡 순으로 선호했습니다.

드라마 tvN ‘또 오해영’에서 주인공 오해영의 혼맥 안주로 유명해진 ‘타코야끼볼’은 출시 2주만에 60만 봉지가 판매되며 제2의 허니버터칩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한입 크기의 옥수수볼에 오징어·문어를 갈아넣은 타코야끼 시즈닝을 입힌 이 과자는 우스타소스의 향과 ‘단짠(달고 짠)’을 잘 살려내 지루하지 않은 맛을 내고 있습니다. 단, 먹다보면 손에 양념이 많이 묻어 맥주캔을 들어올리는 손의 모양이 저절로 우아해집니다.

교촌치킨 맛으로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난 ‘스윙칩 간장치킨맛’은 출시 한 달만에 누적판매량 250만 개를 돌파했습니다. 실제 매장에서 사용하는 간장치킨 양념을 분석해 특유의 맛을 살리려고 노력했다는 새로운 스윙칩은 치맥이 부담스런 혼맥족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시즈닝이 골고루 입혀지지 않아 어떤 조각은 스윙칩 오리지널, 또 어떤 조각은 간장에 절여진 감자칩 맛이 나는 게 아쉬웠습니다.

1988년 출시돼 올해로 29세가 된 ‘포카칩 오리지널’은 지난 14년간 감자스낵 시장 1위를 지켜오고 있는 갑자칩의 원조입니다. 포카칩은 매해 6월경부터 12월까지 국내산 제철 감자를 사용해 만드는 ‘제철 과자’. 여름이 되면 매출이 평소보다 더 오르는 포카칩은 짭쪼름하면서 담백한 맛으로 ‘맥주+감자칩’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냈습니다. 자극적인 맛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요즘 넘사벽 클래스를 바삭하게 지켜가고 있습니다.

올해로 불혹을 훌쩍 넘긴 새우깡. 이 맛을 모르면 간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46년 동안 자꾸 자꾸 손이 가는 이유를 말해봤자 입 아프고, 써봤자 손 아픈 이야기일 것입니다. 1조 매출 과자 순위 4위(1위는 오리온 초코파이)의새우깡은 이제 술자리에 없으면 서운한 국민 안주입니다. 노래방 새우깡, 공짜 안주로 여겨지며 귀한 줄 모르는 과자가 되었지만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곁을 오랫동안 지켜왔습니다. 봉지당 생새우 네 마리가 들어있고 새우 소금구이와 같은 방법으로 구워지는 새우깡은 네 봉지의 과자 중 가장 물리지 않아, 오래 먹을 수 있었습니다.

각 제품의 포장 겉면에 써 있는 함량과 영양성분을 그대로 옮겨보았습니다 (%영양성분 기준치: 1일 영양성분 기준치에 대한 비율)
이번에 편식을 하며 점점 순한 술을 마시면서 ‘단짠’의 맛이 뚜렷한 안주를 찾는다는 점에 의아했습니다.

실제로 2010년과 2013년을 비교했을 때 1인당 맥주 연간 소비량은 약 8.9병 증가한 반면 소주 연간 소비량은 3.9병 감소했다고 합니다. 국민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나친 음주를 줄이고 저도수 문화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반면 안주는 주변만 보더라도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늘 대상이 된 안주만 보더라도 새로나온 과자의 맛이 기존 과자의 맛보다 훨씬 강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혼맥족의 소울푸드’ 과자가 건강상 좋은 안주라고 할 수는 없겠죠. 과자의 다량 함유된 나트륨이 알코올 분해를 방해하고, 내일 아침 혼맥족을 퉁퉁 붓게 할 테니까요.

보는 눈이 없다고 해서, 너무 편하다고 해서 자유시간이 자칫 과해질 수 있습니다. 어느정도 힐링이 되셨다면 내려놓으세요. 그래도 힘들다면 독일 맥주회사 베그도퍼 비어가 사진작가 정 본 매트와 함께 작업한 사진을 보고 다시 생각해 보세요. 지난밤 음주가 낳은 결과입니다.

사진=독일 맥주회사 베그도퍼 비어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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