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쉬어가는 집… 마음도 따라 쉬어 가네

  • 등록 2007-10-25 오전 10:11:00

    수정 2007-10-25 오전 10:11:00

▲ 경북 안동의 눈부신 절경을 품은 농암고택. 사랑채 금구당의 고아한 멋은 이 그림같은 풍경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이다

 
[조선일보 제공] 고택(古宅)에서 하룻밤

해질녘 하늘을 가리는 밥 짓는 연기… 바람이 스며들며 덜컹거리는 문풍지 소리까지…조금은 허술하고 낡은 곳이지만 갈라진 벽 틈새로 옛 이야기 피어오르는 곳…
고택에 갈 때 챙겨야 할 단 한 가지… 유유자적의 마음가짐뿐입니다

‘한 치 두 치의 꼼꼼한 계산으로는 이룰 수 없는 생의 심연,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나무를 깎는 정밀한 대패소리보다 밤의 문풍지 소리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어령의 ‘우리 문화박물지’는 우리 전통 가옥의 ‘문’(門)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옛날 집, 고택(古宅)에서 하룻밤을 묵어 보면 그의 문장을 수긍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들고 나는 누마루, 반들반들한 섬돌과 해질녘 하늘을 가리는 밥 짓는 연기, 바람이 스며들며 덜컹거리는 문풍지 소리까지…. 조금은 허술하고 낡은 곳, 갈라진 벽의 틈새를 바라보며 상상력으로 옛 이야기를 떠올려 하는 수고로운 즐거움이 ‘고택’엔 있습니다. ‘고택 체험’을 떠날 때 챙겨야 하는 것은 오직 하나, 유유자적(悠悠自適)의 마음가짐뿐입니다.

달궈진 아랫목에 몸을 뉘인 초가을 새벽, 닭 우는 소리에 선잠을 깼다 한들 다시 잠 들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으니까요. 찬물로 세수를 하고, 소박한 밥상을 안에 들여놓는 약간의 번거로움을 감수할 수만 있다면 고택에서 빈둥거리며 하루를 보내도 좋답니다.

외로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고택(古宅)은 고택(孤宅)이 아니니까요.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한옥은 3~4년이면 삭지만, 사람 손을 꾸준히 타는 전통 가옥은 수십 년이 지나도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가족 또는 그리운 누군가의 손을 잡고 고택을 찾아가는 것은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다 지친 오래된 집에게도, 도심의 단단한 현대 건물에 지친 당신에게도 모두 위안과 휴식을 주는 ‘상부상조(相扶相助)’의 여행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곳곳에 뿌리 내린 오래된 옛 집들이 지금 당신을 위해 덜컹거리는 장지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섬돌에 당신의 흙 묻은 운동화를 올려놓는다 한들 그 누구도 탓하지 않으니, 옛 집의 흙 마당을 기웃거려 보고 싶다면, 경북 안동의 ‘농암고택(聾巖古宅)’과 강원도 강릉의 ‘선교장(船橋莊)’을 중심으로, 우리의 아름다운 고택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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