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닿고, 안보여요"…장애인 외면하는 무인결제기

패스트푸드점·영화관 등 사람 대신 키오스크가 주문받아
키오스크가 높아 휠체어타곤 이용 못해
점자 및 음성안내 없어 시각장애인도 불편
장애인단체 "장애인만 키오스크 이용 못하는 건 차별" 시정촉구
  • 등록 2017-09-20 오전 6:30:00

    수정 2017-09-20 오전 6:30:00

서울 중구에 있는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시민들이 키오스크(터치 스크린 방식 주문·결제시스템)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이슬기 기자)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지체장애인 김모(52)씨는 최근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찾았다가 영화는 보지도 못한 채 되돌아왔다. 휠체어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 비장애인 기준으로 설치된 ‘키오스크’(KIOSK·터치 스크린 방식의 주문·결제 시스템) 버튼에 손이 닿지 않아 티켓을 구입할 수 없었다. 그는 “카운터에 상주하는 한두 명 빼고는 따로 도움을 받을 만한 직원이 보이지 않았다”며 “괜히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그냥 집으로 왔다”고 토로했다.

정보통신(IT) 기술 발달에 힘입어 각종 서비스가 무인·자동화 하면서 장애인이 소외받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무인시스템을 비장애인 기준으로 구축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다. 생활의 편의를 돕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 인간을 배제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키오스크’ 시각장애인에겐 무용지물

패스트푸드 매장 주문부터 열차·영화 티켓 발권까지 일상에서 키오스크를 활용하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지난 주말 모처럼 외출에 나선 시각장애인 이모(32)씨도 패스트푸드 매장을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매장 직원 대신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을 해야 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이씨에게 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이씨는 “점자도 없고 음성 안내도 되지 않아 주문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주말인 터라 평소 보다 매장이 붐벼 점원을 따로 부르기도 민망해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롯데리아는 지난 2014년 키오스크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이후 현재 전체 매장의 약 40%에 해당하는 550여곳에서 키오스크를 운영 중이다. 맥도날드도 키오스크 시스템 도입 매장을 점차 늘려 현재 전체 440개 매장 중 190여곳에 도입했다. 올해 안에 전체 매장의 절반 이상인 250여곳에 키오스크를 들여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패스트푸드 매장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대부분 점자·음성 안내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이용석 장애인총연맹 정책실장은 “키오스크 등 무인시스템은 시각 장애인은 물론이고 신체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키오스크가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한 외식업계에서 보편화 하기 시작하면서 장애인들은 차라리 식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무인시스템 개발단계부터 장애인 배려해야”

업계 측도 장애인 접근성이 미흡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아 장애인을 위한 편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며 “지체 장애인의 경우 휠체어에 앉아 주문을 할 수 있게끔 화면을 최적화 하는 기술을 개발 완료해 테스트 중”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편의 서비스는 향후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장애인들이 기술의 발달로 인해 소외 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개발 단계부터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무인 자동화 시스템은 비장애인들에게만 편리하도록 돼 있다”이라며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폰을 꽂아 음성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키오스크 하단부에 키패드식 버튼을 설치해 스크린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무인 시스템도 장애인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현실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정책실장은 “키오스크 등 무인 자동화 시스템이 점점 늘어나는 만큼 현재 관련 민원들을 접수해 인권위 진정 등 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설치돼 있는 키오스크(터치 스크린 방식의 주문·결제 시스템)의 모습.(사진=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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