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의료계예 매스를 든 영화 <하얀정글> 송윤희 감독 인터뷰

  • 등록 2011-12-15 오전 9:46:01

    수정 2011-12-15 오전 9:46:01

[이데일리TV 배재억 PD]

                         

국내 의료수준은 선진국 레벨로 올라왔다.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시술받으려고 우리나라를 찾는 환자의 수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고 의료혜택에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돈 몇만원이 없어 병원에 가기를 꺼리거나 힘겨워하는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의료 사각지대 문제를 들춰내고, 아무리 가난하고 힘이 없어도 치료받고 건강할 권리가 있다는 얘기를 담아낸 영화가 있다. 영화 ‘하얀정글’은 현직 의사가 대한민국 의료계에 메스를 들었다는 점에서 스토리가 더 사실적이다. 영화를 만든 송윤희 감독을 만났다.

영화 <하얀정글>中 “당연히 가난하면 치료 못 받지” 죽고 싶었죠. 부모가 돼 가지고 돈이 없어 아들 수술도 못 해주고 나만 수술 받으면 죄 받지 싶은 생각이 들어서. 당신은 얼마짜리 환자입니까?

Q. 영화 제목 ‘하얀정글’의 의미? 예상대로 하얀 색깔로 대변되는 의료계가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엄청난 경쟁과 시장의 논리 그리고 약육강식과 승자독식 등의 살벌한 논리가 전개되는 정글이다.

Q. 영화에서 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춰서 눈물 좀 흘리게 하고 마는 휴먼다큐로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새로운 행동변화를 모색하고 사회과학적인 면도 담아내고 싶었다. 의료민영화가 통과된다면 가난한 환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산층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Q. 의료계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를 담고 싶었나? 공격이라기보다는 영화라는 가장 대중적인 매체를 통한 자아비판이 맞을 것이다. 이런 시도와 반성을 통해 더 이상 의료서비스가 장사나 정글로 가지 않게 만들고 싶다. 일축된 표현 하나로 의사는 의사대로 상처받고, 환자는 환자 나름대로 욕할 거리가 생겼다고 한다면 이 영화는 정말 큰 부작용이 될 것이다. 그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모든 것들을 들어내지 못하고 약간은 묻어둘 수밖에 없었던 부분도 있다.

영화 <하얀정글>中 한 대학병원, 3시간에 300명이 진료를 받는다. 어르신 한 분이 들어가신다. 어르신이 진료실에서 나온 시간은 31초 후. 30초 진료였던 것이다. 그 다음 41초, 29초, 29초, 36초.

Q. 공공의료보험 체계에서도 의료사각지대가 생기는 이유는? 건강보험이라는 공공의 재정이 있지만, 공급되는 의료 서비스를 민간에서 90% 정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 일단 모순이다. 90%가 민간 의료이고 10%만이 공공인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만 해도 70%만이 민간이다. 공공의료체계가 약하다 보니 생기는 당연한 문제점이다.

Q. ‘의료민영화’에 대한 정치적 의견은? 한 의사이자 시민으로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의료를 시장에 완전히 내맡기고 싶지 않다. 이는 내 삶에 대한 필수적인 발언이지 정치의식과는 무관하다. 이를테면 정치적 성향이 보수라 해도 자신의 건강과 미래를 위해 의료민영화는 반대해야 된다.

Q.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이유? 어디를 가든 병원 광고들로 가득하다. 이는 의료가 돈의 흐름으로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그 비용들은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되고, 민영화에 의해 의료를 민간 영역에만 맡겨둔다면 의료는 결국 돈의 흐름에 의해서 움직이게 되고 그 파장은 무시무시할 것이다.

Q. ‘의료민영화’가 실행된다면 어떤 부작용이 있나? 예를 들면 돈 안 되는 응급실은 다 축소될 것이다. 가난한 소외계층 환자들이 오면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거절할지도 모른다. 관련 블랙리스트가 쫙 깔릴 것이며, 이게 과연 안정적인 국가가 가져가야 하는 의료 체계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영화 <하얀정글>中 돈의 논리 속으로 던져진 우리 의료계. 왜 이렇게까지 왔을까? 단지 의사와 병원의 이기심 때문? 하지만 의사들로 하여금 장사를 하게 만든 것은 바로 국가다.

Q. 영화에서 얘기하는 ‘좋은 의료’란? 지금은 정말 나쁜 의사들이 엄청 장사를 해도 아무런 규제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좋은 의사들이 있을거다’라고 믿기에는 시장의 과열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향후 민간 보험회사가 의료를 감사하고 평가한다면 지금보다 더욱 악질적이고 철저하게 돈의 논리로만 운영될 것이다. 의료를 시장 논리로만 맡기지 않고 국가가 어느 정도 통제해서 적절한 자원분배를 할 수 있다면 의사들도 장사를 안할 수 있는 좋은 의료가 나온다고 본다.

Q. 의료 관련 추가 작품에 대한 계획은? 다음엔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 이번 작품에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 넣었다. 분명 누군가 나와는 다른 더 큰 에너지가 있을 것이다. 그런 새로운 분노와 열정으로 새로운 작품을 완성시켜 주기를 기대한다.

Q. 영화를 꼭 봐주었으면 하는 사람? 환자의 입장이 많이 되시는 어머님 아버님들도 보시면 좋겠지만,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갈 20~30대가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같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의료 문제가 아직 건강한 자신들과는 상관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언젠가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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