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내 경제의 소비 증가세는 여전히 미흡합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세 확대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동시에 했던 말이다. 기업의 수출과 투자는 예상보다 더 좋아지고 있지만 가계의 소비는 “아직”이라는 것이다.
한은이 내놓은 이번달 소비자동향지수(CSI)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만 발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2030 젊은층을 중심으로 정권 교체의 열망이 경기 회복 기대로 이어지는 흐름은 분명하다. 다만 또 한편으로는 소득이 증가하고 소비를 늘릴지는 다소 머뭇거리는 측면도 파악된다.
27일 한은에 따르면 이번달 20~30대(40세 미만)의 가계수입전망 CSI는 104로 전월(101) 대비 3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3월(105)보다는 오히려 더 낮다. 취업기회전망 CSI와 향후경기전망 CSI가 급등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봉급생활자(102→104)와 자영업자(94→99) 역시 아직 수입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은 모습이었다. 소득별로도 마찬가지다. 월 300만원대 수입인 가구의 경우 가계수입전망 CSI가 오히려 101에서 100으로 하락했다.
이번달 임금수준전망 CSI도 각 세대별로 4~9포인트가량 올랐다. 고용과 관련한 기대 지표에 비해 그 상승 폭이 훨씬 작다.
소비지출전망CSI는 더 부진했다. 20~30대의 이번달 수치는 111로 전월(114) 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현재와 비교해 6개월 후 소비를 더 줄이겠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11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40대(108)와 50대(104)의 경우 전월과 같았고, 60대와 70대가 그나마 각각 5포인트 2포인트 상승했다.
소득수준별로 나눠도 결과는 비슷했다. 월 100만원 이하(89→92) 저소득층은 그나마 3포인트 증가했지만, 그 이상은 더 주춤했다. 월 200만원대(105→103)의 소비 전망은 하락했고, 월 300만원대(110→110)와 월 400만원대(109→109)는 같은 수준이었다. 성별, 직업 등으로 분류해 조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이는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소득 주도 성장론’의 최대 과제이기도 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주가 등 기대 지표는 많이 올랐지만, 실물경기는 생각보다 미진했다”면서 “추후 기대감이 뚝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계 한 인사는 “문재인정부를 향한 기대감이 커지는 만큼 실망감도 커지는 ‘역(逆) 기저효과’ 충격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면서 “시간을 두고 냉정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