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조작국 '급한 불' 껐지만…시장개입 공개 '더 큰 난관'

韓 환율조작국 칼날 피했지만…
美 "韓, 작년 말 시장개입 확대"
시장개입 내역 공개 '더 큰 난관'
힘의 논리상 환율협상 불가피해
공개주기 관건…내주 막판 협상
  • 등록 2018-04-14 오전 10:44:17

    수정 2018-04-14 오전 10:44:1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대응 조치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김정남 최훈길 기자] 우리나라가 미국의 ‘환율조작국’ 칼날을 피해갔다. 이번에도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과 함께 ‘관찰대상국’에 포함됐다.

하지만 안심은 이르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라는 미국의 요구 때문이다. 시장 투명성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논리인데, 이로 인해 정부의 손발이 묶여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환율 주권’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韓 환율조작국 칼날 피했지만…

미국 재무부는 14일 오전 6시(한국시간)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정책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4월과 10월에 이어 관찰대상국을 유지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기존 5개국에 인도가 새로 교역촉진법(2015년)상 관찰대상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종합무역법(1988년)상 환율조작국 또는 교역촉진법상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없었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은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 200억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초과 △외환시장 달러화 순매수 비중 GDP 대비 2% 초과 등 세 가지다. 우리나라는 앞선 2개 요건에 해당돼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대미 무역흑자는 230억달러, 경상수지 흑자는 GDP 대비 5.1%로 각각 추산됐다. 달러화를 사들인 비중은 GDP 대비 0.6%로 평가됐다.

일단 급한 불은 끄게 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예단해서 말하기는 어렵다”며 경계감을 보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 전화까지 했다.

서울외환시장도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에 따른 관망세가 짙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이 좁은 박스권에서 등락하다 전거래일과 같은 1069.5원에 마감한 게 대표적이다.

시장개입 내역 공개 ‘더 큰 난관’

다만 이게 끝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난관이 남아있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의 공개 이슈다. 이는 환율조작국 이슈와 달리 우리나라가 처음 맞닥뜨리는 숙제다. 미국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서도 “지난해 하반기 원화가 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 외환당국의) 개입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경고다.

미국은 그러면서 “외환시장 개입은 무질서한 시장 상황 등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돼야 한다. 투명하고 시의적절한 방식으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은 이날 공개된 형태의 환율보고서를 2016년 4월부터 내놓았다. 1988년부터 발간했던 ‘국제경제·외환정책 반년 보고서’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보고서 제목을 바꿨고 다른 나라의 환율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잣대를 제시했다. 이를 두고 학계와 시장에서는 “미국의 환율정책이 한층 강경해졌다”는 평가를 해왔다. 오바마 행정부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 들어 이런 기조는 더 심화됐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향해 개입 내역을 공개하라는 ‘압박’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국제금융학회장인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경제적 약자여서 힘의 논리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시장 개입을 공개하는 게 국가간 협상 대상이었던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 했다. 이번 양국간 환율 협상을 두고 주권론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또다른 외환시장 인사는 “원화가 저평가돼 있다는 게 미국의 시각인 것 같다”며 “내역을 공개하면 국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외환당국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

공개주기 관건…내주 막판 협상

그럼에도 채 교수의 지적대로 힘의 논리상 현실은 현실이다. 공개 자체는 이미 확정적이며, 관건은 공개 주기라는 게 관가 안팎의 반응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다음주 국제통화기금(IMF) 측과 벌이는 관련 논의가 주목받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참석차 오는 19일 출국한다. 정부는 이르면 20일 관련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내역 공개는 주기를 일별, 월별, 분기별로 하는 나라도 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한 국가 중에는 6개월 단위로 공개하는 국가도 있다”며 “그간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어떻게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 설명> 환율조작국

미국은 1988년 종합무역법을 제정해 환율조작국을 지정해왔으며, 2015년 교역촉진법을 만들어 환율조작국 기준을 구체화했다. 이 법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상반기(4월15일)와 하반기(10월15일) 두 차례 의회에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조작 여부를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의 정부 조달시장 진출 제한 등 제재를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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