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달릴수록 겨울은 맛있게 익는다

궁극의 김치맛을 위한 ''三合''…재료 찾아 떠나는 김장여행
  • 등록 2008-11-13 오전 11:37:00

    수정 2008-11-13 오전 11:37:00

[조선일보 제공] 확실히 바람이 차졌습니다. 김장철이 다가온 거죠. 어떤 음식이나 마찬가지겠으나, 김치 맛은 사실상 재료에서 결정납니다. 하지만 요즘 제대로 된 재료 구하기가 어디 쉽나요. '국내산 천일염'이라 선전하면서 중국 소금을 섞기도 하고, 원산지도 알 수 없는 고춧가루를 국산으로 속여 팔기 예사니까요. 이번 주 주말매거진에서는 '김장여행'을 안내합니다. 믿을 수 있는 국산 김장 재료를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고, 또 간 김에 여행도 하고 오실 수 있도록요.

::: 옛 방식대로 만든 천일염 '토염(土鹽)'

10여 년 전 어느 날, 스님 세 분이 전남 해남에서 '세광염전'을 하는 김막동(55)씨를 찾아왔다. 스님들은 오염 안 된 땅을 찾아 전국을 누비다 그곳에 이르렀다. 스님들은 그에게 부탁했다. "오염되지 않은 소금을 만들어 주시오. 예전처럼 토판(土版)에 소금을 만들어주시오."

김씨가 한참을 고민하다 스님들에게 답했다. "좋습니다,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대신 일반 소금 값의 열 배를 주십시오."

스님들이 말했다. "주겠소. 진짜를 만들어만 준다면."

거의 명맥이 끊겼던 '토판염'을 복원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다. '토염(土鹽)' '토판염(土版鹽)'은 흙으로 된 염전 바닥에 소금물을 퍼부어 만드는 천일염의 일종이다.

▲ 소금, 배추, 젓갈. 맛있는 김치를 담으려면 조금도 홀대할 수 없는 재료다. 소금은 옛날 방식대로 장판 깔지 않은 염전에서 만든 토염(土鹽). 흙판에서 만들어 새하얗지 않고 거무튀튀하다. 배추는 해남 김장배추. 아는 주부들은 이 배추로 김치를 담그려 12월까지 김장을 기다린다. 새우젓은 충남 광천 서늘한 토굴에서 서서히 숙성된 최상품 육젓. 아래는 워커힐호텔 스펙사 김치

김막동씨네 염전 바닥은 그냥 회갈색 흙. 요즘 거의 모든 염전이 바닥에 까만 타일이나 고무판이 깔려 있는 것과는 다르다. 토판에서 만든 소금이 토염 또는 토판염이고, 타일이나 고무판을 깐 염전에서 나온 소금을 장판염(壯版鹽)으로 구분해 부른다.

어려서부터 집안에서 부쳐온 염전에서 일한 김씨는 "토판이 사라진 건 20여 년 전"이라고 기억했다. 장판에 비해 토판은 생산성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8000여 평 토판 염전에서는 30㎏ 가마로 1200가마가 나와요. 장판이면 8000가마 정도 됐을 거예요. 토판 생산량은 장판의 20% 잡으면 돼요. 까만 장판이 열을 당기죠. 토판은 차디차서 안 돼요."

토염 되살리기는 쉽지 않았다. 오염 안된 고운 흙을 찾아다 토판을 다시 만들어야 했다. "토판은 매년 봄 흙을 5㎝씩 깔아줘야 해요. 비가 오면 흙이 쓸려가요. 일 년이면 다 없어져요. 장판은 수십 년을 나는데." 봄마다 수십 트럭 분량의 흙을 붓고, 롤러로 가로 세로로 다져 평평하게 해줘야 한다. 거기다 바닷물을 담을 때마다 다시 '롤러질'을 해줘야 하니, 보통 노동이 아니다.


그렇게 만든 토염이 첫해는 스님의 검사를 통과 못하고, 두 번째 해에야 통과했다. 스님은 '이제 됐다'면서 5년여 동안 토염 수천 가마를 전량 사갔다. '내가 죽을 때까지 먹을 양을 다 구했다'면서.

김막동씨가 "올해 만든 소금"이라며 서너 알갱이를 손바닥에 떨궜다. 소금이 하얗지 않고 거무튀튀하다. 사각형 소금 결정체는 딱딱하다. 하지만 엄지와 검지 사이에 놓고 힘을 주자 쉬 바스러진다. 소금 가루를 입에 넣었다. 물론 짜다. 하지만 노골적이지 않고 은은한 짠맛이다. 뒷맛이 달다. 김씨는 "최근 목포대에서 성분 분석을 해봤는데 나트륨 함량이 80% 이하로 나왔다"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프랑스 '게랑드' 소금과 비교해 뒤지지 않거나 오히려 우수한 수치이다.

스님은 "곧 이런 좋은 소금을 사러 오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언했었다. 예언대로 많은 사람들이 토염을 구하러 그를 찾아온다. 지난해에는 한 음식박람회에 토염을 출품했다. "토염을 모르는 주부들이 먹더니 '이 소금 달다'고 하더라고요. 옛날에는 소금을 양념이라고 불렀어요. 수십 년 지나고서야 그것을 알았네요, 소금이 양념이란 것을."

::: 옛 방식대로 만든 천일염 '토염(土鹽)'

천일염 사려면|김장용으로는 제대로 된 국내산 천일염이면 훌륭하다. 김막동씨의 세광염전에서는 일반 천일염도 생산한다. 가마당 택배비 포함 1만5000원씩 받고 부쳐준다. 30㎏ 가마 단위로만 판매한다. 토염은 1가마 10만원으로 비싸기도 하거니와, 생산량이 너무 적어 일반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염전에 직접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더러 팔기는 한다. 김막동씨는 바닷물에 씻고 천일염으로 절인 배추도 판다. 택배비 포함 1㎏ 1000원, 1포기 2500원. 전화 (061)532-0977·010-3642-3476, 주소 해남 문내면 예락리 753. 워커힐호텔 '수펙스 김치'에서는 대한염업조합 하얀금을 쓴다. 이선희 조리장은 "국산 천일염을 세척·탈수·건조해 안전하고 이물질 없이 깨끗하다"고 추천했다. 3㎏ 봉지 6개 3만8000원. 전화 (02)336-8002, 웹사이트 http://mall.ksalt.or.kr

가는 길|(서울에서 출발할 경우)서해안고속도로를 내려가다 목포에서 77번 국도로 갈아타고 조금 가면 해남이다.

먹거리|떡갈비로 너무 알려진 천일식당(061-536-4001·전남 해남군 해남읍 읍내리 34), 갈치조림이 감칠맛 나는 백포식당(061-536-3449·전남 해남군 해남읍 해리 298-3) 등 유명 맛집이 워낙 많다. 어느 식당이나 기본은 한다.

볼거리|땅끝마을(해남군 송지면 송호리)은 설명이 필요 없는 해남 최고 명소. 번잡하지만 한반도 최남단에 선다는 감흥이 여전하다. 일출과 일몰 모두 볼 수 있다. 두륜봉·가련봉·고계봉 등 8개 봉우리가 연결된 두륜산은 종주하는 데 8시간, 정상까지 왕복 등반은 4시간쯤 걸린다. 날이 맑으면 완도, 진도는 물론 제주도까지 보인다. 등산이 힘들면 국내 최장(1600m) 두륜산 케이블카(061-534-8992·해남군 삼산면 구림리 138-6· www.haenamcablecar.com)를 타도 된다. 10여 분이면 두륜산 아래 주차장에서 고계봉 입구까지 간다. 어른 8000·아동 5000원, 두륜산 중턱 대흥사(大興寺)는 웅장하면서도 아늑하다. 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우항리공룡박물관(061-532-7225·해남군 황산면 우항리 191· http://uhangridinopia.haenam.go.kr)이 괜찮겠다. 해안을 따라 공룡 발자국을 볼 수 있고, 공룡 화석 45점을 전시한다. 어른 3000·청소년 2000·아동 1000원, 월요일·1월 1일 휴관.

●문의|해남군 문화관광과 (061)530-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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