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가 하얗게 바뀌면 봄이 온거지…

따뜻한 남쪽나라로_ 거문도
거문도=유연태 여행작가·''서울근교여행'' 저자
  • 등록 2009-02-19 오전 11:45:01

    수정 2009-02-19 오전 11:45:01

[조선일보 제공] 수선화로 깨닫는다… 쑥 향기로 확인한다

2월 거문도에서는 겨울과 봄이 바통을 교환한다. '겨울 대표' 빨간 동백꽃이 5월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사이, '봄 주자(走者)' 수선화가 산비탈에 솟아오른다. '1등'으로 봄나들이 분위기 내기에 거문도가 제격인 이유다.

전남 여수항에서 배로 2시간, 고흥 녹동항에서 1시간10분 거리인 거문도는 고도·서도·동도 등 세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고도와 서도 사이에는 삼호교(길이 250m)라는 다리가 놓였지만 동도는 뱃길로만 이어진다. 수선화는 서도에 있는 녹산등대 가는 길, 장촌마을 주변, 고도의 영국군 묘지 주변, 동도의 유촌리 등에서 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 봄의 전령 수선화 / 조선영상미디어

전망 좋은 녹산등대로 향했다. '고도 여객선 선착장'에서 택시를 타고 삼호교를 건너 서도리의 '장촌마을'로 먼저 가야 한다. 장촌마을 서도슈퍼 앞에서 내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녹산등대 가는 길을 걷는다.

이금포해수욕장, 서도분교를 거쳐 녹산등대로 이어지는 길 중간중간 핀 지 며칠 안 되는 듯한 수선화 몇 송이가 인사를 한다. 그러나 수선화가 하얗게 언덕을 뒤덮은 대규모 군락지 광경을 상상한 여행객은 드문드문 보물찾기하듯 찾아야 하는 수선화가 '시시하다'며 실망할지 모르겠다. "거문도 수선화는 2월부터 4월까지 피지요. 그런데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농사꾼들은 잡초라 생각해서 뽑아 던져 버리고 여행객들은 예쁘다며 뽑아가고, 이래저래 맘 편히 발붙일 틈이 없는 거죠." 서도의 농사꾼 남주현씨는 "억지로 촘촘히 심어 가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이런 걸 어쩌겠냐"며 "거문도 사람들은 수선화보다 쑥이 언덕을 덮는 걸 보고 봄이 온 걸 안다"고 했다. 아니나다를까 꽃 적어 섭섭해하는 마음을 녹산등대 부근 언덕의 쑥밭에서 풍겨오는 향긋한 내음이 달래준다. 거문도 쑥은 부러 심지 않아도 저절로 자란다.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 중순까지 뜯는다. 수선화와 달리 쓰임새가 많아 주민들에게 귀여움을 받는다. 서도의 농사꾼 남주현씨(061-665-8358)는 '거문도 해풍쑥차'라는 상품을 개발, 올해부터 인터넷(www.gmdssuk.com) 등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40g에 2만원 받는다. 쑥의 어린잎을 정성스레 아홉번 덖어 차로 만든다. 찻물은 연노란 빛이 녹차와 흡사한데, 한 모금 마셔보면 봄날의 새 기운이 전신에 스미는 듯하다.

▲ 향긋한 햇쑥 / 조선영상미디어

이른 봄의 향기와 거문도의 인심이 고스란히 담긴 쑥국은 삼호교 초입의 '패밀리횟집(061-666-2334)'에서 맛볼 수 있다. 백반(6000원)을 시키면 된장 푼 쑥국은 물론이고 건갈치조림, 갈치속젓, 꽁치구이 등 10여 가지 반찬이 딸려 나온다.

자가용: ①호남고속도로 순천나들목→17번 국도→여수여객선터미널 ②호남고속도로 주암나들목→15번 국도→벌교읍→고흥군 도양읍 녹동항

대중교통: 여수여객선터미널이나 녹동항에서 거문도행 여객선 이용. 거문도 내에서는 도보로 이동, 택시를 이용한다면 거문도택시(017-661-1681) 호출.

갈치가 맛있다. 고도와 서도 사이에 놓인 삼호교 입구의 강동횟집(061-666-0034)은 주민들이 추천하는 맛집. 갈치조림(1인분 8000원)에 5~12월 생갈치, 1~4월 냉동갈치를 쓴다. 봄에는 감자, 여름에는 애호박, 가을·겨울에는 무를 냄비 바닥에 깔고 갈치 토막을 얹어서 매콤하게 조리한다.

백도: 거문항에서 유람선을 타면 40분~1시간 만에 백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국가명승지 제7호로 지정된 백도는 39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무인도. 파도 위로 솟구쳐 오른 바위섬마다 서방바위, 각시바위, 매바위, 병풍바위, 곰바위 등 기암괴석으로 장식되어 있다. 동백나무·후박나무·풍란 등 350여 종의 아열대식물과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가마우지·갈매기 등 30여종의 조류, 꽃산호·해면 등 170여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거문도등대숙박체험: 서도 남단에 세워진 거문도 등대에서는 무료로 하룻밤 머물며 등대체험을 해볼 수 있다. 팬션처럼 예쁜 집에 냉장고·TV·가스레인지·침구 및 주방용품 등이 구비되어 있다. 2주 전까지 여수지방해양항만청 홈페이지(http://yeosu.mltm.go.kr)에 신청해야 한다. 1일 1팀(최대 8명)만 이용 가능하며 주·부식, 쓰레기봉투는 가져가야 한다. 월요일과 설·추석 연휴 등에는 이용할 수 없다.

여수시청 관광과 (061)690-2038, 여수여객선터미널 (061)663-0116, 여수 청해진해운 (061)663-2824, 고흥군 녹동항 청해진해운 (061)844-2700, 여수 오션호프해운 (061)662-1144. 거문도행 여객선 및 백도유람선 배표 판매대행은 거문도관광(www.geomundo.co.kr ·061-665-7788). 여객선 운항시각과 요금은 기상 상태나 여객선사 사정으로 인해 변경될 수 있다. 뱃삯은 여수-거문도 일반 정액 편도 3만6600원, 녹동-거문도 2만4000원. 거문도-백도 유람선 일반 정액 왕복 2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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