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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7개 시·도에서 국가직과 지방 사회복지직 9급 공무원 시험이 동시에 시작된 8일 오전 서울 목동고. 초조하고 긴장한 표정의 자녀들을 학부모들은 애처로운 눈길로 배웅했다. 2년째 공무원 시험에 도전 중인 박모(28·여)씨 어머니 김모(55)씨는 “딸이 시험 일주일 전부터 스트레스 때문인지 거의 밥도 못 먹었다”며 “잠도 거의 못 잔 것 같은데 걱정할까봐 애써 밝은 척하는 게 대견하면서도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긴장·초조·절박…25만 ‘공시생’ 운명의 하루
시험 시작 3시간 전인 오전 7시쯤 이른 아침부터 수험생들은 종종 걸음으로 시험장으로 향했다. 긴장한 탓인지 귀에 이어폰을 낀 채 손에 든 요약 정리집을 몇 번이고 뒤적이는 수험생들이 눈에 띄었다. 함께 시험을 준비해 온 친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서로 어깨를 토닥여주며 격려했다.
에듀윌 등 공무원 시험 학원들은 시험장 앞에서 자체 제작한 요약 정리집과 음료, 과자 등을 나눠주며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3년째 검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란 현모(29)씨는 “전남 광주가 고향인데 시험 준비를 위해 3년 전부터 서울에서 혼자 공부해왔다”며 “그간 고향은 한 번 정도 갔는데 부모님 못 뵌 지가 1년 반 정도 됐다”고 말했다. 그는 “몇 번 부모님이 올라오신다 했지만 신세지는 것도 죄송한데 마음 아파하실까 오시지 말라고 했다”며 “이번엔 꼭 좋은 결과로 부모님 웃는 얼굴 좀 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비슷한 시각 지방 사회복지직 시험장인 인천 산곡여중에도 수험생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일부 수험생들은 긴장한 탓에 인터뷰 요청을 하자 “시험 끝나고 물어봐 달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회복지를 전공했다는 차모(25)씨는 “지난해엔 국가직이랑 사회복지직이랑 시험일이 겹치지 않아 둘 다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엔 선택해야 해서 조금 아쉽다”며 “이번엔 붙어야 하는데…꼭 될 거라 믿는다”고 말끝을 흐렸다.
해마다 수십 만명 몰리는 ‘공시’…합격률은 ‘바늘 구멍’
여의도고 앞에서 만난 학원 관계자는 “수험생 응원을 하러 3년째 오고 있는데 그 때마다 마음이 안좋다”며 “전부 똑똑하고 뜻있고 성실한 학생들인데 취업문은 너무 좁다”고 안타까워했다. 김모(29·여)씨는 “사회복지직의 경우 자격증이 있어야만 볼 수 있어 그나마 경쟁률이 낮은 편”이라며 “주변에 공부 잘 하고 똑똑한 친구들도 전공에 상관 없이 공시를 준비하는 경우가 꽤 많은데 국가적으로 낭비라는 말이 많은데 맞는 말”이라고 말했다.
한 시험감독관은 “30명씩 한 교실에서 시험을 보는데 그 중 한 명이 될까말까하기 때문에 항상 기분이 묘하다”며 “1년만 더 1년만 더 하다보면 금세 서른 넘고 나이가 들어 다른 회사를 준비하기도 힘들어진다. 15년째 하는 사람도 있는데 (취업준비생들)전부가 ‘올인’하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가직·지방 사회복지직 9급 공무원 시험에 역대 최대 규모인 25만명에 이르는 공시생이 응시한다.
응시자는 늘었지만 취업난 해소를 위해 정부가 선발 인원을 확대하면서 경쟁률은 소폭 하락했다. 국가직은 46.5대 1, 지방 사회복지직은 11.6대 1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