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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시장이 하락세를 타고 있다. 터키 경제 위기 상황으로 인해 상대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나타나며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암호화폐 가격이 다시 하락압력을 받고 있다. 외부 악재보다는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 추락으로 인해 투자심리 악화가 더 크게 작용하는 모습이다.
14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3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0.7% 하락하며 73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4대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도 비트코인은 0.9% 하락하며 63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이처럼 비트코인이 소폭 하락하는 와중에도 알트코인은 큰 폭으로 동반 하락하고 있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이 10% 이상 급락하고 있는 탓으로, 현재 코인마켓캡에서는 11% 가까이 급락하며 285달러 수준까지 주저 앉았다. 이 때문에 리플과 비트코인 캐시, 이오스, 트론 등이 6~10%에 이르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외 상황은 암호화폐시장에 우호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산(産) 철강과 알루미늄에 종전보다 2배의 관세를 부과한 지난 주말 터키 리라화가 하루만에 20% 이상 추락했고 터키 정부의 시장 안정책이 나온 이날도 리라화는 10% 이상 더 하락하며 1달러당 7.24리라를 넘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증시까지 동반 추락했다.
지난해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난 암호화폐공개(ICO)에서 주로 사용되면서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였던 이더리움이 ICO 부진과 초기 투자자들의 매물 증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강한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가격은 최근 9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추락하고 있다.
이더리움은 이날 장중 320달러선을 유지하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매물 탓에 24시간 전에 비해 17%나 하락한 289달러 수준까지 내려갔다. 강력한 지지선이었던 300달러를 지켜내지 못했는데, 이는 올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고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9개월만에 처음이었다. 특히 이더리움은 7일 연속으로 하락하면서 올들어서만 61% 이상 추락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은 54% 하락했다.
아울러 실물경제에서 채택이 늘어날수록 이더리움 플랫폼이 늘어난 트랜잭션 규모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와 이를 부추기는 경쟁사들의 비판 역시 가격 하락압력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뉴스는 전했다. 스펜서 보가트 블록체인캐피털 파트너는 “점점 더 많은 투자자들이 토큰과 ICO에 대한 매력을 잃고 있다”며 “결국 이는 대부분 이더리움을 활용하는 ICO 위축과 이더리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자국내 암호화폐 거래가 불법이라는 점을 재차 분명히 했다. 사우디내 자본시장청(CMA)과 사우디아라비아통화청(SAMA) 등 5곳의 당국이 참여하는 외환시장 불법증권활동 감독 상임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당국 감독권한 밖에 있는 암호화폐 거래는 부정적인 결과와 높은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며 거래를 금지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