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물량을 창고에 쌓아둬 물류 보관비용을 감당하느니 절반 가격에라도 파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계산에서다. 반값에 팔다 보니, 제값에 미리 구입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주부 이화진(39)씨는 “휴가철을 맞아 아웃도어 매장을 자주 찾았는데 기획전 감사전에, 시즌오프전 등 동일한 제품임에도 갈 때마다 할인율이 매번 달랐다”며 “잘 팔릴 때는 할인도 없더니만 기존 가격에 거품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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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업체가 재고 소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겨울에 이어 상반기 매출까지 부진한 만큼 이월 상품을 예년보다 빨리 판매해 실적을 만회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겨울 이상 고온 현상으로 패딩 판매가 부진한 탓에 재고물량이 업체당 많게는 20~30만장이 창고에 비축돼 있는 것도 재고 판매를 앞당긴 이유다.
강은성 롯데백화점 아동스포츠팀 선임상품기획자는 “지난해보다 재고가 70%가량 늘었다는 업체도 있다”며 “업체들이 재고를 소진할 수 있게 도와 달라는 요청을 해와 역시즌 할인 행사를 일찍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컬럼비아, 네파 등도 자체적으로 여름 세일에 들어갔고, 노스페이스는 구매 금액별로 사은품 증정 행사를 벌이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신제품까지 대폭 할인하는 것도 다반사가 됐다. 제일모직(001300) 빈폴아웃도어는 이번 시즌 레인코트와 레인부츠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구매 고객에 한해 3만원의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네파도 신제품인 여름 샌들을 할인 판매 중이다.
잦은 세일..결국 가격 불신에 악재 이어져
문제는 이런 흐름이 ‘겨울 매출 부진→과당경쟁(할인)→정가 불신으로 신제품 구입 감소→다시 매출 부진’이란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A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조금만 기다리면 절반 가격에 다운재킷을 살 수 있는데 어떤 고객이 제값을 주고 신제품을 사겠냐”며 “지금 매출 상위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일부 업체들이 덤핑을 나서지는 않을까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백화점 매출 추세를 보면 성장세가 꺾인 상태다. 신세계백화점의 1~5월까지 실적을 보면 아웃도어 용품 카테고리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보다 0.3%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 2010년 45.0%, 2011년 26.4%, 2012년 29.6%, 지난해 15.6%로 그동안 이어온 두자릿수의 고공 성장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의 재고 판매가 정상 판매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맞다”면서도 “쌓은 재고 소진을 위해 남보다 일찍 행사에 돌입할 수밖에 없어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광고선전비는 ↑..“고가 논란 재점화”
최근 한 소비자단체에서 국내 아웃도어 업체들이 제품의 품질보다 광고·선전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만큼 고가 논란이 재점화 될 조짐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블랙야크·영원아웃도어(노스페이스)·K2·밀레 등 국내 아웃도어 업체 4곳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이들 업체들의 최근 5년간 매출액 대비 광고·판촉비 비중을 보면 7.3% 증가했지만 매출원가 비중은 3.6% 감소했다. 광고선전비율도 4.9%로 제조업의 7.5배, 섬유의복업의 12.6배를 기록하고 있다는 게 협의회 측의 설명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업체들이 품질과 기능보다 유명모델을 앞세워 고급 이미지를 높임으로써 손쉽게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정부부처와 규제당국은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도한 유통마진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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