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4년 전 회사 떠난 전문경영인 챙기는 까닭

'50년 일동제약 근무 공로' 뒤늦은 감사패
"경영권 위협 상황서 지분이탈 방지 포석" 시각
  • 등록 2015-05-05 오후 1:30:54

    수정 2015-05-05 오후 1:30:54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일동제약(000230)이 4년 전 회사를 떠난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82)을 지난달 29일 명예회장으로 위촉했다. 오랫동안 회사를 이끌어온 공로에 대한 뒤늦은 감사패다. 녹십자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우호지분 이탈 방지’의 일환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업계에서는 오너가 아닌데도 4년 전 회사를 그만둔 전문경영인을 명예회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이례적으로 평가한다. 일동제약 측은 “이 회장이 26년간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회사 성장을 이끈 공로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명예회장으로 위촉했다”고 설명했다.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
서울대 약대 출신인 이금기 회장은 1960년부터 50년 동안 일동제약에 몸 담은 대표적인 ‘일동맨’이다. 1984년부터 2010년까지 26년간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오너 같은 전문경영인’으로 불렸다.

지난 1941년 설립된 일동제약 역사의 절반 이상을 이금기 회장이 이끌어온 셈이다. 이 회장이 입사했을 당시 일동제약은 영업사원이 5명에 불과했을 정도로 영세했지만 지난해에는 연 매출 40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일동제약 창업주 고 윤용구 회장과 인연을 맺고 일동제약에 입사했고 윤용구 회장의 차남 윤원영 회장(77)과도 오랜 기간 경영을 함께 했다. 이 회장은 일동제약의 대표 품목인 ‘비오비타’, ‘아로나민’ 등을 개발한 주역이다.

사실 일동제약과 이금기 회장이 오랫동안 각별한 인연을 맺었지만 결별하는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지난 2010년 일동제약 2대주주 안희태씨가 감사 후보를 추천하면서 “이금기 대표가 불투명한 절차를 통해 개인 및 친인척의 일동후디스 지분을 30% 이상까지 확대했다”며 이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때 이 회장이 물러나면서 갈등이 일단락됐다. 이후 이 회장은 일동후디스의 경영에만 전념했다.

이 회장의 저격수 역할을 했던 안희태씨는 지난 2013년 보유지분을 일동제약 측에 넘기면서 일동제약과의 인연을 정리했다.

이 회장의 뒤늦은 명예회장 위촉에 대해 일동제약의 ‘우호지분 이탈 방지’ 목적이라는 시각에도 힘이 실린다. 이금기 회장은 현재 일동제약의 지분 5.47%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일동제약 경영진의 우호세력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일동제약(32.52%)은 2대주주인 녹십자(29.36%)와의 지분율 격차가 3.16%에 불과해 1주가 아쉬운 처지다. 녹십자는 지난달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와 감사 후보를 추천하며 본격적인 경영 개입을 선언하기도 했다. 가까스로 일동제약 경영진이 녹십자 측 인사의 입성을 저지했지만 아직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일동제약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본격적으로 우호지분을 확보하려는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당초 사모펀드(PEF) 운용회사인 H&Q코리아가 녹십자가 보유한 지분을 확보한 이후 일동제약의 백기사 역할을 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제기됐다. 그러나 정작 녹십자 측은 아직 주식 매각 계획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특히 일동제약은 오랜 기간 우호세력이었던 개인투자자 이호찬씨가 보유지분 12.57%를 돌연 녹십자에 넘기면서 본격적인 경영 위협을 받기 시작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만약 이금기 회장이 일동제약 주식을 녹십자에 팔면 녹십자가 최대주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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