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보관창고서 건강검진 받는 세종청사 비정규직

[현장에서]환경 미화원들 "국가적 망신"
정부 "꼭 개선" 약속..2년째 공염불
"文 약속, 정부부터 솔선수범해야"
  • 등록 2017-05-29 오전 7:58:50

    수정 2017-05-29 오전 7:58:50

정부세종청사 환경 미화원들이 지난 18일 아침에 트럭, 방수재를 비롯한 화학약품, 쇠파이프(빨간색 표시부분) 등 있는 정부세종청사 창고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건강검진을 받았다.[사진=최훈길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지난 18일 오전 8시. 정부세종청사(5-1 구역) 1층 구석에 위치한 창고로 청사에 근무 중인 환경미화원들이 속속 모였다. 창고에 들어서자 ‘일반 쓰레기’라고 쓰인 팻말부터 보였다. 창고 곳곳에는 쇠파이프, 트럭, 리프트 장비, 방수재를 비롯한 화학약품 통이 있었다. 10평도 채 안 되는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수십 명의 미화원들이 피를 뽑고 시력, 혈압을 재는 등 건강검진을 받았다.

심지어 소변 검사까지 이뤄졌다. 미화원들은 소변검사 막대를 들고 30m가량 떨어진 청사 화장실을 갔다 와야 했다. 이들 대다수는 50~60대 여성 미화원들이다. A 미화원은 “아들뻘 나이인 공무원들의 출근 시간에 소변검사 막대를 들고 다니는데 모멸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곳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검진이 이뤄졌다.

앞서 미화원들은 공가(휴가)를 보장해 병원에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아니면 공무원 건강검진처럼 깨끗한 청사 다목적홀에서 검진을 받게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 미화원은 “건강검진으로 결원이 생기면 청소 업무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 때문”이라며 “장소 변경 요청은 아무런 이유 없이 묵살됐다”고 전했다.

정부도 이런 처우를 모르지 않는다. 행정자치부 정부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지난 19일 통화에서 “잘못한 것 같다”며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장소를 좋은 곳으로 조치하고 공가를 쓰게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행자부 관계자도 이날 “건강검진율을 높이기 위해 시설용역 건축 사무실에서 진행한 것”이라며 “24일 용역 업체의 직무·안전 교육 때 개선 방침을 전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통화한 지 열흘째가 되도록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한다. 미화원 측에서는 “지금까지도 건강검진을 개선하겠다는 얘기를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이제는 정부가 문서로 약속하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작년에도 반발이 심하자 건강검진을 개선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처우를 받으며 이들이 1달에 손에 쥐는 월급은 150만원이 채 안 된다. 전국 10개 청사에 근무하는 미화원 등 비정규직은 2422명에 달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지난해 기준)은 총 31만2000명이다. 이들도 비슷한 처우를 받는다. 정부부처는 행자부가 관리 책임을, 공공기관 인건비는 기획재정부가 책정 권한을 갖고 있다.

한 미화원은 “정부부터 솔선수범해달라”며 이렇게 당부했다. “행정 1번지라는 세종청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국가적 망신입니다. 최고로 잘해달라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기본은 해 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이런 게 보이지 않는 비정규직의 서러움입니다. 나중에 대통령이 세종청사에 오시면 이런 얘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정부세종청사 환경 미화원들이 건강 검진을 받은 세종청사 창고 모습.[사진=최훈길 기자]
정부세종청사에서 5년간 근무한 환경 미화원인 A씨가 구정 연휴가 있던 지난 1월 받은 월급(세후 급여)은 147만1570원에 불과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월 135만223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사진=제보자 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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