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싸게 팔면 계약끊겠다”…대형마트 ‘갑질’에 우는 셀러들

이커머스 '최저가'로 상품 판매하자
가격경쟁력 저하 우려한 대형마트
셀러에게 "이커머스에 가격 높이라고 요구하라" 압박
참여연대 "명백한 불공정거래…공정위 나서야"
  • 등록 2017-08-31 오전 6:05:00

    수정 2017-08-31 오전 6:05:00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대형마트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간 가격경쟁이 격화하면서 온·오프 유통채널에 상품을 납품하는 중간거래상(셀러)들이 고민에 빠졌다. 이커머스가 특가 판매에 열을 올리는 사이, 가격경쟁력이 뒤쳐질 것을 우려한 대형마트가 셀러에게 “이커머스가 (대형마트보다) 싸게 제품을 팔지 않게 전화를 넣어 달라”며 압박을 가했다는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일부 셀러들은 이 같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시 거래가 끊길 것을 우려해 실제 이커머스 상품기획자(MD)에 판매가를 높여달라 요청하기도 했다.

대형마트 “싸게 팔지 못하게 셀러가 나서라”

대형마트와 이커머스에 가공식품을 납품하는 김지만(가명) 씨는 지난 6월 마트 관계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관계자는 다짜고짜 “이렇게 장사하면 거래 못 한다”며 김씨를 쏘아붙였다. 내용인즉슨 김씨가 납품하는 가공식품이 이커머스에서 마트보다 100원 더 싸게 팔리고 있는데, 김씨가 온라인몰에 더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납품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김씨는 이커머스가 자체적으로 가격을 내린 것으로 계약내용은 마트와 동일하다고 항변하자, 마트 관계자는 “그럼 (이커머스 업체에) 직접 전화를 해서 가격을 (마트 수준으로) 올려달라 강하게 얘기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김씨는 “판매 가격을 결정하는 권한이 납품업체에 없는 것을 알면서도 마트에서 거래를 볼모로 이커머스 판매 가격을 올리라고 요구한다. 일종의 ‘갑질’이다”라며 “억울하지만 그쪽(마트)과의 계약규모가 이커머스보다 훨씬 크기에 항의조차 할 수 없다. 요즘은 온라인상에서 내 물건이 싸게 팔리면 또 (마트) 전화를 받을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커머스 셀러들은 이 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커머스와 마트에 생활용품을 납품하는 손정모(가명) 씨는 “마트 측에서 말하기를 만약 이커머스에 당신 상품이 싸게 팔리면 책임도 당신이 져야한다고 하더라”며 “숫자(가격) 때문에 불편한 상황이 생기지 않게 조심하라고 하는데 사실상 협박 같았다”고 전했다. 실제 손씨는 이커머스 MD에게 전화해 가격을 올려달라고 부탁하는 게 껄끄러워 다음 달부터는 이커머스에 상품을 납품하지 않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3월 위메프가 공개한 이마트와의 기저귀 상품 가격 비교.(사진=위메프)
셀러가 난처한 상황에 처한 이유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간 최저가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탓이다. 쿠팡, 티몬, 위메프 등이 적자를 감내한 채 상품 가격을 대폭 내리자 이마트나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이 더 이상 ‘최저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상품을 팔기 어려워졌다. 이마트의 경우 물품의 온라인 가격을 조사한 뒤 오프라인과 온라인 가격을 최저가로 함께 맞춰 다음 목요일까지 유지한다. 반면 이커머스 업체는 실시간으로 최저가에 맞춰 가격조정을 쉽게 할 수 있다. 이 탓에 마트가 애꿎은 셀러를 앞세워 이커머스 판매 가격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리려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정위 단속 나서야

이커머스와 대형마트 사이 감정의 골은 깊다. 지난 3월에는 위메프가 자사 상품배송서비스인 ‘원더배송’ 대상 식품 가운데 56개 품목의 가격을 이마트몰과 비교해 55개 품목에서 위메프 가격이 이마트보다 더 저렴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가격 경쟁에 불을 붙인 바 있다.

대형마트는 셀러가 겪은 일련의 사례들이 ‘터무니 없는 얘기’라며 선을 긋는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이 역시 일부 직원의 일탈일 뿐 조직적인 압박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커머스와 대형마트가 경쟁관계일 수 있지만 가격을 정하는 것은 각사의 고유한 권한이기 때문에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이커머스가 출혈경쟁을 한다고 해서 우리가 견제할 이유도 없다”고 반박했다.

시민단체들은 최근 ‘유통 갑질 단속’에 나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같은 사례를 살펴보고 위법여부가 없는 지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기업이 유통단계에서 가격을 볼모로 판매자를 압박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인숙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유통단계에서 중간 판매상에게 불필요한 요구를 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거래행위”라며 “특히 가격이 올라간다면 피해를 소비자가 입게 되기에 공정위가 빠른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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