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kg에 깔려 숨진 故이선호 父 "인간의 극과 극 봤다"

"아들 죽어가는데 윗선에 현장 중계하듯 보고한 직원들"
  • 등록 2021-05-10 오전 9:11:40

    수정 2021-05-10 오전 9:11:4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지난달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300㎏ 컨테이너에 깔려 숨진 고(故) 이선호(23) 씨의 아버지는 “(당시 현장에서) 인간의 극과 극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들의 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건 지난달 22일, 보름이 지났지만 이 씨의 아버지를 포함한 유가족은 아직 이 씨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제 아이가 이렇게 되기까지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분명히 있다. 그 두 사람 중의 한 명은 진심 어린 사죄를 하면서 용서를 구했다. 그런데 또 한 사람은 자기는 그런 것을 한 적이 없다면서 지금 발뺌하고 있기 때문에 (아들이) 눈을 아직 못 감았다”고 했다.

이 씨는 군 복무 뒤 복학을 앞두고 아버지의 일터에서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그 현장에서 이 씨는 아버지가 8년 동안 근무했지만 한 번도 투입된 적 없는 개방형 컨테이너 해체작업에 보조로 투입됐다가 컨테이너 상판이 떨어지면서 참변을 당했다.

고 이선호 씨가 사고를 당한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 작업현장 (사진=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뉴스1)
이 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사고 직후 119 신고나 가족 연락 등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 책임자가 무전기로 윗선에다가 ‘큰일났다. 119 와야 할 것 같다’고 보고를 했다. 이 무전을 받은 김 모 대리가 현장으로 달려간다. 보니까 애가 그렇게 되고 상황이 그러니 먼저 119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신고하지 않고 또 다른 윗선, 사무실에 있는 김 모 대리한테 전화를 한다. 그 전화를 받은 김 모 대리가 119에 신고했다고 저한테 이야기하는 녹취 파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과 현장에) 같이 투입됐던 외국인 근로자도 꽝해서 보니까 제 아들이 깔려있었던 거다. 한국 사람들 보고 병원차 좀 불러라 하면서 제 아이가 깔려있던 그거를 들려고 하다가 허리를 다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직원들은 윗선에다가 현장 중계하듯이 보고를 했다”고 강조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또 이 씨가 쓰레기를 주우라는 지시가 없었는데 자진해서 일하다 변을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아이가 자발적으로 들어가서 쓰레기를 주웠다 해도 사건의 본질은 회사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안전요원을 투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건비를 줄이겠다, 이윤을 조금 남기겠다는 욕심 때문에 벌어진 사고”라고 했다. 아르바이트 학생이 처음 가본 현장에서 관리감독자나 안전장비 없이 일하다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이 씨의 아버지는 “제 아이를 강인하게 키워보려고, 돈의 소중함이라든지… 그래서 애를 데리고 다녔던 거지 돈을 벌어오라고 데리고 다녔던 건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결과는 제가 아이를 사지로 밀어 넣었다는 죄책감이 저를 많이 힘들게 하더라”라고 토로했다.

이어 “아이가 항상 밥 먹던 회사 구내식당 자리에 가서 무릎을 꿇고 ‘아버지, 절대 용서하지 말고 가라’고 소리 질렀다”고도 했다.

끝으로 그는 “더 이상의 산재 사망사고, 이 가슴 일들이 제 아이,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되길 희망한다”며 “정말 여기에 관계됐던 사람들, 뼈아픈 교훈이라고 생각하고 두 번 다시는 이런 희생자 안 나오게끔 전부 다 잘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 씨가 본래 업무가 아닌 컨테이너 작업에 투입된 경위와 안전수칙 준수 여부까지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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