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CRMA 대응 어떻게..“배터리 공급망 다변화·車 재활용 비율↑”

전문가들, EU CRMA 초안서 ‘공급망 감사’ 주목
기업 정보공개 요구 강화되며 ‘비무역 장벽’ 우려
공급망 다변화 ‘발등의 불’…“中 의존도 낮춰야”
‘영구자석’ 조항에 폐기물 재활용 능력 중요해져
자국 생산 중심주의 명확…‘정책 조화’ 숙제 생겨
  • 등록 2023-03-19 오후 3:11:17

    수정 2023-03-19 오후 7:36:50

[이데일리 김은경 김성진 기자]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이 공개되자 전문가들은 ‘공급망 감사’ 등 예상을 넘어 규제가 강화된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역내 대기업에 대해 주기적으로 감사를 시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보이지 않는 ‘비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향후 구체적인 시행령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같이 독소조항이 추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EU가 공개한 CRMA 초안에는 역내 500명 이상, 연간 매출 1억5000만유로(약 2100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 공급망 감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급망 감사는 세부 내용에 따라 기업에 대한 하나의 감시 수단이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현재 초안은 기업의 공급망 이력을 관리하겠다는 차원으로 보이나 세부안에서 제품 생산 과정에 특정 국가가 포함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거나 제한하는 식으로 규제가 강화되면 국내 기업에 또 다른 비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이 지난 16일(현지시간)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中 겨냥 법안에 IRA처럼 보조금 ‘수혜’ 기대

핵심원자재법은 2030년까지 EU 전략적 원자재 소비량의 65% 이상을 특정한 제3국에서 수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전략적 원자재에는 니켈, 리튬, 천연흑연 등 16가지 광물이 포함됐는데, 현재 희토류와 리튬 등의 중국 의존도가 90%를 넘다 보니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전략적 원자재의 최소 10%는 역내 추출·생산하고, 최고 40%까지는 역내에서 가공하겠다는 목표도 포함됐다. 최소 15%까지 재활용 비율도 높인다.

원자재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미국과 호주, 칠레 등으로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 원장은 “국내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의 현지 생산·투자 계획뿐 아니라 원자재 조달 경로까지 다시 한번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며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규제에 나서면서 공급망 다변화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초안에 역외 제품을 차별하는 독소조항이 없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와 같이 이미 신속하게 유럽 시장에 진출했거나 투자를 결정한 회사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 원장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이미 폴란드, 헝가리 등 유럽에 현지 공장을 세워 진출했거나 투자가 결정돼 있어 보조금 수혜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며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활용 분야, 폐기물 산업 발달한 中 ‘경계’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이번 초안에 담긴 재활용 관련 규제 내용을 분석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핵심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폐기물 재활용을 규제하는 내용이 담겨 완성차업체들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산업 전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유럽은 우리나라보다는 여건이 괜찮지만 산업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가 상당히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이번 CRMA 초안을 발표해 공급망 다변화와 재활용률을 강제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라고 설명했다.

EU 집행위가 전기차 모터에 쓰이는 영구자석의 재활용 비율과 역량을 콕 집어 별도 조항으로 포함한 것에 대해 이 원장은 “영구자석의 핵심 원재료는 희토류인데,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중국이 과거 희토류를 자원 무기화한 적이 있다”며 “영구자석 재활용률을 강제하면 중국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 환경을 개선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 1위 국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60%, 가공의 87%를 담당하고 있다.

자동차 폐기물 재활용 능력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활용 규제가 강해질수록 폐기물 산업이 발달한 중국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폐배터리 회수 관련 정책을 내놓는 등 일찌감치 전기차 폐기물 재활용 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은 전기차 산업 시작이 빠르고 그 규모도 어마어마해 축적된 경험이 많다”며 “전기차 폐기물에 대한 고민과 경험은 중국과 비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IRA를 바탕으로 원자재 공급망은 어느 정도 대비가 됐지만 재활용은 준비가 미비하다고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늦었지만 정책 지원과 산업규제 등을 통해 하루빨리 전기차 폐기물 재활용 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반적으로 이번 EU 발표로 경제 안보와 자국 생산 중심주의 트렌드가 명확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는 새로운 국제통상질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조 원장은 “국내 기업에는 효율성과 경제성을 우선시하던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 정책에서 벗어나 현지, 강대국과의 ‘정책적인 조화’를 같이 해나가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 단순히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시대는 끝났고 각 현지 시장으로 직접 들어가 조건을 충족하면서 투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은 전체적인 시장과 투자, 생산 요소를 종합적으로 보면서 현지 투자와 국내 생산 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자체적인 균형을 맞추는 등 종합적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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