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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서방언론들은 1999년 12월 31일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임명된 이후 푸틴 대통령이 가장 극적인 도전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잠재적 라이벌을 견제하기 위해 엘리트 간 갈등을 부추기고 이를 중재하면서 자신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그간 러시아를 집권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통치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는 점이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에서 드러난 것이다.
특히 러시아군보다는 바그너 그룹과 같은 민간 용병의 급속한 성장을 허용하고 러시아를 대신해 싸우도록 죄수들을 석방한 푸틴의 결정이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10년간 투옥 후 망명한 전 러시아 석유 재벌인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WP에 “최근 푸틴은 실수를 거듭하고 있고, 프리고진의 반란은 그에게 결정적 실수가 될 수 있다”면서 “현재의 위기가 어떻게 끝나든 궁극적으로 푸틴 정권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리하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해 인적·물적 피해와 내부 분열만 키웠다는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 며칠 후에 승리할 것으로 자신했지만, 16개월 이상 전쟁이 지연되면서 준비가 안 된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했다는 비판이 러시아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시카고 대학의 교수인 러시아 정치학자 콘스탄틴 소닌은 WSJ에 “푸틴의 가장 큰 오산은 그가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완전히 부적절한 이해에 근거해 전쟁을 시작했다는 점”이라며 “그는 전쟁을 계속 멈추지 않으면서 매일 계속 오판을 하고 있고, 정치 및 군사 지도부의 실패에 대한 분노가 러시아 정권의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상황 수습도 자신이 부하처럼 대하던 알렉산드르 쿠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손에 맡긴 셈이라 이래저래 면을 구기게 됐다.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 직후 직접 TV 연설에 나서 프리고진의 반란은 “반역”이라며 강경 대응에 나설 뜻을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꼬리를 내린 셈이다.
이번 반란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서방국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의 내분으로 러시아군의 힘이 분산되고 푸틴 대통령의 전쟁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보좌관인 마이카일로 포돌랴크는 “러시아 엘리트들은 분열돼 있고, 푸틴은 무소불위의 아우라를 잃었다”면서 “앞으로 1~2일 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가 관건이지만 이번 반란은 러시아 정치 체제 붕괴의 명백한 증거이고, 전쟁에 관한 푸틴 대통령의 주의를 분산시킬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의 반란 사태와 관련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통제력 상실이 입증됐다며 서방의 무기 지원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의 약점은 명백하다”며 “러시아가 군대와 용병을 우크라이나 땅에 더 오래 둘수록 나중에 더 많은 혼란과 고통,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러시아는 자신의 약점과 정부의 어리석음을 가리기 위해 선전을 사용했다”며 “지금은 어떤 거짓말도 숨길 수 없는 혼란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가 F-16 전투기를 요청하는 것은 우리의 공동 방어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방어에 필요한 모든 무기를 제공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