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 최악의 초인플레, 딴세상 얘기 아니다(재종합)

10월 PCE 물가 5.0% 폭등…31년래 최고
70·80년대 최악의 초인플레 시대 도래하나
'미국 vs 사우디·러시아' 오일전쟁 조짐까지
용인 가능한 수준 넘었다…"긴축 속도낼듯"
  • 등록 2021-11-25 오전 9:18:07

    수정 2021-11-25 오후 10:19:59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전략비축유(SPR) 방출 계획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딴 세상 얘기 같았던 오일쇼크급 초인플레이션이 도래할 것인가.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거의 31년 만에 최대 폭 치솟으면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1970·80년대 같은 최악의 고물가 대란이 도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와중에 미국과 주요 산유국들간 오일 전쟁 조짐까지 보여 주목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미국에 맞서 공급을 줄일 경우 ‘제3의 오일쇼크’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이미 내년 통화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졌다.

10월 미국 PCE 물가, 5% 폭등

24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했다. 지난 1990년 11월(5.1%) 이후 거의 31년 만의 최고치다. 지난 6월 이후 넉달간 4.0%→4.1%→4.2%→4.4%로 4%대에서 움직였다가, 5%대 레벨로 올라온 것이다. 특히 에너지 가격은 1년 전보다 30.2% 폭등했다.

PCE 물가는 오일쇼크가 경제를 강타한 1974년과 1980년 당시 두 자릿수까지 치솟았고, 다시 1990년 10월 5.2%까지 폭등했다. 이때 이후로는 줄곧 2.5% 아래에서 움직였다. 역사적으로 볼 때 최근 미국의 물가 대란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PCE 물가가 지금보다 더 오른다면, 사실상 1970·80년대 당시 초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하게 되는 것이다.

또다른 주요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비슷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노동부 집계를 보면, 10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2%를 기록했다. 1990년 12월(6.3%) 이후 가장 높다. 월가에서는 7%대 진입이 딴 세상 얘기가 아니라는 관측이 있다. 1982년 2월(7.6%) 이후 볼 수 없던 수준이다.

이뿐만 아니다. 이날 나온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 내 향후 12개월 기대인플레이션은 4.9%로 나타났다. 2008년 이후 가장 높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산출하는 수치의 경우 5.7%까지 폭등한 상태다. 기대인플레이션은 미래의 물가 심리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PCE와 CPI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미국의 물가 폭등은 글로벌 공급망 대란이 지속하는 와중에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 연휴가 몰린 연말로 갈수록 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경제가 물가 충격에 적응하고 있는데, 이는 그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따져봐야 한다는 걸 암시한다”며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연준 비둘기마저 빠른 긴축 지지

또 주목 받는 건 유가 향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치솟는 기름값을 잡고자 초유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결정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반발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와 러시아가 미국 등의 국제 공조에 맞서 증산 일시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나라가 사실상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는 현재 하루 40만배럴씩 증산에 나서고 있는데, 이마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 주도의 석유 소비국들과 사우디·러시아 주도의 산유국들이 대립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셈이다. 말 그대로 ‘제3의 오일쇼크’다.

상황이 이렇자 연방준비제도(Fed)가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과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는 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준은 그동안 물가 폭등에도 불구하고 더딘 고용 회복을 이유로 통화정책 정상화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근래 나오는 물가 수치들은 정책적으로 용인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오안다의 크레이그 얼람 선임애널리스트는 “이번 PCE 물가는 연준의 통화 긴축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연준이 이날 내놓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보면, 다수 FOMC 위원들은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보다 계속 높을 경우 예상보다 빠르게 채권 매입 속도를 조정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 인사들은 속속 입장을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야후파이낸스와 만나 “인플레이션이 계속 이렇게 간다면 더 빠른 속도의 테이퍼링을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기준금리를 한두차례 올린다고 해도 올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24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야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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