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서 박 원내대표는 손 전 대표에게 국민의당 입당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손 전 대표에게 ‘국민의당으로 들어와 함께 하자’고 했더니 (그냥) 웃더라. ‘더민주 당적을 갖고 있느냐’고 하니까 ‘갖고 있다’고 했는데 여러 가지로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미소만 지은 채 시원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고민하고 생각해보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져 여지를 남겼다.
손 전 대표가 총선 후 정치권 새판 짜기를 언급해 정계복귀가 멀지 않았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중량감 있는 현실 정치인인 박 원내대표를 만나 1시간 가까이 독대를 했다는 것은 복귀 명분과 수순,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총선 당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운동 지원 요청을 수용해 나섰다면, 복귀 명분과 시점을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총선 승리의 기세를 몰아 전남 강진 칩거를 풀고 그냥 나오기만 하면 된다. 정계를 은퇴했는데 왜 복귀하느냐는 반발여론도 무마할 수 있다. 오히려 대선 후보군이 많아지고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야권 지지자들로부터 환영 받을 것이다.
기회를 날려버린 손 전 대표 처지에서는 복귀 명분을 마련하고 시점을 선택해야 한다. 박 원내대표를 만난 것도 그 일환이다. 손 전 대표가 박 원내대표 제안을 수용해 국민의당을 택할 가능성은 낮다. 현재 손 전 대표는 더민주 당원 신분이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야권으로 옮겨온지도 10년 가량 됐지만 아직도 손 전 대표에게 탈당은 주홍글씨다. 그만큼 부담이 크다.
전제가 있다. 더민주의 비노계가 같이 움직여야 한다. 현재 더민주는 총선 승리로 원심력보다는 구심력이 커진 상태다. 지난해 문재인 전 대표의 사퇴를 놓고 벌어졌던 친노계-비노계간 갈등이 다시 재연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당분간 더민주는 수권정당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단합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당권을 둘러싼 갈등이 표출될 수 있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친노계와 비노계가 당대표를 놓고 한판 붙을 수 있는 것이다. 대선후보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문 전 대표도 친노계나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당대표로 선출되는 것이 좋다. 향후 대선후보 경선을 위해서도 당대표는 포기할 수 없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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