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확성기 방송은 우리 군의 대표적인 심리전 수단입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24시간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하루 2~6시간 불규칙적으로 이뤄집니다. FM자유의소리 방송을 주로 송출합니다. 뉴스와 남한의 발전상, 북한의 실상, 남북동질성 회복, 북한 체제 비판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일기예보와 라디오 드라마, 최신가요 등의 콘텐츠도 내보냅니다. 최근에는 남북관계 개선의 영향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직접 비판하는 내용은 사라지고 북한 체제 비판 수위도 낮아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 내용의 대부분이 북한을 비판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북한군 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도 상당한 심리적 압박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탈북자들은 대북확성기 방송을 듣고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심을 키웠다고 잇따라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에 북한은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면 이에 대응해 대남 확성기 방송을 틀어 소리를 상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만에 재개했는데, 당시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선언하며 우리 군에 강한 압박을 가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대북 확성기에서 2km 가량 떨어진 곳에 포격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확성기 앞에 1m 높이의 둔턱을 구축해 적의 포격으로부터 확성기 설비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둔턱 앞에 설치된 무인카메라를 통해 상황실에서 전방을 실시간으로 감시합니다.
북한의 지난 2016년 4차 핵실험에 대응해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하면서 이를 강화하기 위해 대북확성기 추가 도입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기존 10여대 운영하던 것을 고정식 16대와 이동식 24대 등 총 40대의 확성기를 추가로 설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총 사업비는 총 174억원 규모였습니다.
그러나 대북 확성기 추가 도입 사업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사업 담당자가 특정 업체와 짜고 특혜를 준 혐의가 드러났지만 군 당국은 사업을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사업 담당자의 기소 시점에는 이미 확성기 18대의 설치가 완료돼 중단할 수 없었다는게 당시 해당 부대의 설명이었습니다.
게다가 확성기의 성능 평가도 엉터리로 진행됐습니다. 사업을 수주한 해당 업체의 일방적 요구로 성능 평가 시기가 수개월 늦춰졌습니다. 실제 진행된 성능 평가에서도 낮에는 실시하지 않고 새벽과 밤에만 실시했습니다. 소음이 상대적으로 많은 오후 시간대에서도 10km 밖에서 방송이 제대로 들리는지 평가해야 했지만 이를 생략하고 합격 처리한 것입니다.
지난 달 26일 대북 확성기 사업 진행 당시 국군심리전단장이었던 A 대령까지 구속됐습니다. 계약 담당자가 특정 업체와 짜고 특혜를 준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고 방조한 혐의입니다. 작전과장이었던 B 중령과 계약담당자였던 C 상사는 이미 재판이 진행돼 형이 확정됐습니다.
이번 대북 확성기 사업에서 주목할 점은 사업 시작 전부터 이미 비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업을 주도한 국군심리전단은 합동참모본부 예하로 합참 군사지원본부의 지휘를 받습니다. 보통 무기체계 사업은 각 군이 소요를 제기하면 이를 합참에서 검토 후 소요를 확정해 방위사업청을 통해 사업이 진행됩니다. 하지만 군은 대북확성기를 심리 공격을 위한 무기라고 설명했지만, 무기체계가 아닌 ‘전력지원자원’으로 구분해 해당 부대에서 알아서 사업을 진행토록 했습니다.
국군심리전단은 대령이 지휘하는 연대급 규모의 부대입니다. 이 정도 부대가 진행하는 사업은 볼펜이나 A4용지 등 사무용품 정도를 구매하게 고작입니다. 200억원에 가까운 큰 규모의 사업을 해 본 경험이 없다보니 업체와 브로커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비리로 처벌을 받은 부사관 혼자서 확성기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구조였습니다. 상급부대인 국방부나 합참 등이 한 번이라도 들여다 봤으면 이렇게 국민 혈세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