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KT합병)③KT 필수설비 `진실공방`

`관로·전주 등 설비 합병시 독점력 강화시키나` 논란
경쟁사 "공기업 시절부터 자연독점..분리해야"
KT "경쟁사 투자 안해..설비부족 당연한 것"
  • 등록 2009-02-16 오전 10:00:00

    수정 2009-02-16 오전 10:00:00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서울 망원동에 사는 김수로(41·가명)씨. 그는 작년 11월 LG파워콤 초고속인터넷 가입 상담을 했다. 집주소를 주고 가입 가능여부를 물었더니, 상담원으로부터 확인 후 연락주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음날 그는 개통불가 통보를 받았다. 집 근처까진 케이블 연결이 가능하지만, 마지막 부분 연결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무슨 회사가 인터넷선도 연결 못하나`며 화가 났던 그는 결국 KT로 가입신청을 돌렸다.

KT-KTF 합병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논쟁거리가 있다. 바로 `필수설비`다.

LG파워콤 초고속인터넷 사용을 희망했지만 가입할 수 없었던 이유도 바로 필수설비 문제에서 불거진다. 후발사업자는 각 가정으로 케이블을 연결하는 설비를 모두 확보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KT나 한국전력으로부터 빌려써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KT-KTF 합병 반대 전선을 구축한 SK통신계열·LG통신계열·케이블TV 업계는 양사 합병시 필수설비를 가장 위험한 경쟁제한 요소로 꼽는다.

KT(030200)의 필수설비 독점으로 인한 네트워크 격차가 지금껏 유무선 통신시장에서 불공정 경쟁의 원천이 되어 왔다는 것. 앞으로도 기가급 광가입자망(FTTH) 서비스가 주요 서비스로 부상할텐데 KT는 자체 필수설비를 통해 저렴하게 설치, 경쟁우위에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KT는 완전 인터넷(All-IP)시대에선 동선 기반의 KT 설비는 더 이상 필수설비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또 지난 2002년 이후 경쟁사라도 필수설비에 대한 사용요청이 있을 경우 허용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요청한 건수가 미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반(反)KT측은 필수설비 사용요청 전 실무자 협의단계에서 부터 여유설비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거절, 공식요청이 적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설사 요청했다 하더라도 거부율이 40%를 넘는 등 KT가 필수설비 제공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진실공방이 펼쳐진 셈이다.

◇필수설비란 무엇인가

필수설비란, 말 그대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없어선 안 될 설비를 말한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필수설비에 대한 정의는 명확치 않다. 다만, 상호접속 대상 설비로 몇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지하로 케이블을 연결하기 위해 묻어 둔 파이프라인(관로)과 지상에 세워져 있는 전봇대(전주)가 대표적이다. 관로 안으로 연결된 케이블(동선)과 교환기가 설치되어 있는 전화국 건물(국사)도 포함된다.

SK브로드밴드·LG파워콤·케이블TV업체 등 후발사업자는 상호접속 대상 설비 대부분을 KT가 공기업 시절부터 자연독점 형태로 보유하고 있어 필수설비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도시가 완성된 단계에서 땅속을 파내 관로를 새롭게 묻는다는 게 실질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지상에 전주 하나를 세우기 위해서도 지방정부 승인을 얻어야 한다. 설사 허가권을 얻었다고 해도 상당한 재원과 공사기간이 필요하다.

SK경영경제연구소는 최근 `KT 시장지배력의 원천 및 영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각 가정으로 광케이블을 설치하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면서 "이중에서도 관로, 전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50∼80%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일본 2대 통신사인 KDDI 분석을 인용, NTT가 일본 전역에 설치한 네트워크와 동일 수준을 갖기 위해선 약 180조∼190조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과 일구밀도나 지형이 유사하다고 가정할 때, KT 수준의 관로·전주를 국내에 건설하기 위해선 약 60조원이 소요된다는 계산이다. 수도권 지역에서 관로 1Km를 구축하는 비용은 3억원, 전주 하나를 세우는 비용은 1000만∼3000만원이 소요된다.

결국 장기적으로 수익계산을 하더라도 타산성이 떨어진다. 후발사업자들은 도시와 도시 구간을 연결하는 케이블망을 위주로 구축해 놓은 상태다.

반면 KT는 과거 공기업 시절부터 자연독점 형태로 설비를 확보하고 있다. 상당 부분 감가상각도 마쳐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후발사업자와 원가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광케이블은 이미 SK브로드밴드·LG파워콤 등과 경쟁중으로 필수망이 아니다"면서 "경쟁사들의 낮은 투자비를 고려하면 광케이블 점유율이 낮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또 경쟁사들의 관로 구축률이 낮은 것은 한국전력 등 대체설비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필수설비 공동사용 제도…실태는?

현실적으로 필수설비 투자가 어려운 후발사업자는 도시내 각 가정으로 케이블을 연결하기 위해 KT나 한국전력 관로·전주를 사용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가입자망 공동활용제도(LLU)를 도입, 경쟁사라도 KT의 설비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공정경쟁 환경조성과 중복투자 방지 목적이다. 문제는 법에 명확한 세부규정이 없어 필수설비 공동활용에서 항상 마찰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KT는 여유 관로가 없거나 필수설비를 빌려줬을 때 자사 서비스 품질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공동활용을 거부할 수 있다. 현행 제도상 동선의 경우 8%, 광케이블의 경우 35%의 설비 여유율을 유지해야 한다. 또 설비 구축시점이 3년 경과하지 않을 경우 또는 2004년 이후 구축한 광케이블은 공동활용 의무가 없다.

하지만 후발사업자들은 KT의 필수설비 제공거부 사례가 빈번하고, 거부 사유도 객관적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설사 공동활용을 허가 받았더라도 사용 용도제한, 대가 적정성 여부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KT는 현행 제도상 거부 사유를 입증할 책임이 없으며, 부당한 거부를 할 때에도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경쟁사가 설비제공을 요청할 경우 제공을 지연하거나, 여유율 부족을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SK브로드밴드는 올초 국회의사당 진입 관로 제공을 KT에 요청했지만, 제공 가능한 관로가 없다는 답신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직접 관로 여부를 확인한 결과, 제공 가능한 관로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한편 KT 필수설비 대체재로 활용중인 한국전력 관로·전주는 이미 포화상태다. 더 이상 케이블이 추가 개설될 공간이 없다. KT의 필수설비 가치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 각 가정으로 연결된 KT 전봇대(왼쪽)와 포화상태인 한국전력 전봇대(오른쪽)

◇합병심사에 필수설비 논의 가능한가

KT는 KTF와의 합병과 필수설비 분리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KT와 KTF는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기업집단의 계열사로서 경제적 동일체로 간주된다는 것.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경쟁상황평가에서도 양사는 단일 사업군으로 인식된다고 평가됐다. 따라서 필수설비는 합병으로 인해 기존 통신시장 경쟁구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광훈 중앙대 교수는 "KT는 가입자망 수위를 바탕으로 시내전화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면서 "이는 단기·중기적으로 경쟁사들이 따라가기 힘든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것은 시장에서 유효하고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면서 "영국 통신규제기구 오프콤(Ofcom)과 EU 통신규제 연합체 ERG도 유선 지배적 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시내 가입자망에 대한 조직분리 논의시 이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수설비는 정부의 규제개입 없이는 시장구조를 독과점화 시키는 요소라는 주장이다.
                          
또 방통위는 유선가입자망이 2012년까지 1400만 가입자에게 50∼100Mbps급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2012년 이후부터 현재 광랜 서비스보다 최고 10배 빠른 1Gbps급 초광대역 가입자망으로 바뀐다고 밝혔다.
                       
이처럼 네트워크 시장이 향후 3∼4년내 차세대로 전환되지만, KT는 필수설비를 확보하고 있어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필수설비에 대한 배타적인 통제력이 유지될 경우 IPTV·인터넷전화 등 신규서비스 시장으로 KT의 지배력 전이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KT 필수설비 문제는 과거 공기업 시절 국가에 의해 형성된 독점요소로 민영화 단계에서 해소됐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해 이번 합병 과정에서 문제 제기된 듯 하다"면서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미래 통신시장 발전과 경쟁활성화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을 고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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