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메리츠증권은 미국 셰일업체인 ‘화이팅(Whiting Petroleum)’의 파산보호신청이 국제 유가의 변곡점을 만든 이벤트였다면서 공급 리스크를 완화시킬 수 있는 초석이라고 판단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4.67%(5.01달러) 뛴 25.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사상 최대 하루 상승률이었다.
| (사진=AF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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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전략비축유 구매,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가능성을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SNS 등이 표면적 이유”라면서 “사우디·러시아의 입장 변화를 가져온 배경에는 미국 셰일업체의 파산보호 신청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위축과 사우디·러시아의 증산을 원인 삼아 급락했다. 수요 위축은 코로나19의 진정과 맞물려 있지만 사우디·러시아의 증산은 미국과의 원유 패권 다툼을 목적으로 한다. 미국은 2016년부터 셰일오일을 적극적인 생산했고, 그 결과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등극했다. 그런 맥락에서 미국의 셰일업체 파산은 사우디·러시아의 마음을 돌려놓을 이벤트라는 해석이다.
하 연구원은 “사우디와 러시아 입장에선 이번 패권싸움을 끝내기 위해서는 미국 셰일업체가 파산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자동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글로벌 전체의 감산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며 △그 이후 감산을 진행하면 시장점유율이 높아진 환경에서 높은 가격에 원유를 수출할 수 있어 원유 패권을 다시 가져올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셰일업체 파산이 유가의 공급에 있어선 긍정적이지만 수요 측면에선 부정적이란 점도 간과할 수 없었다. 하 연구원은 “셰일업체들의 파산 또는 구조조정은 이들 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선 ’하락‘으로 반응할 수 있다”면서 “수요와 공급 중 어느 것이 우세한지에 대한 고민은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