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19일 “이번 세월호 침몰 보도는 다원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오보가 난무한 역사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많은 언론학자가 그간 연구하고 경고했왔던 부분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분개하고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민주주의에 기여한 부분도 있지만, 수많은 언론사들이 왜곡된 경쟁에 나서면서 피해자 및 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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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보도지침 갖춘 언론사 적어” “속보에 치중한 언론환경”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사태 이후 한국기자협회는 재난보도 공동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당시 여론이 들끓으면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이내 열기가 식으면서 흐지부지 됐다.
기자협회가 공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2000년 후반부터 인터넷 언론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속보 및 온라인 클릭수를 늘리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실제 이번 ‘세월호’ 사태 이후 각 언론사 웹페이지 방문수는 5~2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대로된 보도지침 및 시스템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쉽게 노출되고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그나마 각사별로 구체적인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있는 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올해초 재난방송 및 민방위경보방송의 실시에 관한 기준’ 제정안을 발표하고, 각 방송사업자 별로재난방송매뉴얼을 제작 비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KBS의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제 27항은 국가가 비상사태에 처할 때에는 신속하고 정확한 방송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되, 신속성을 우선시하다가 오보나 추측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실제 제대로 된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는 곳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사 한 관계자는 “재난보도시 주의할 점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제대로 교육을 받기보다는 후배기자들이 선배기자와 호흡하며 오랜시간 경험을 통해 받아들이는 게 현실”이라며 “오랜 전통을 가진 방송사는 그나마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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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보다는 정확한 보도’ 원칙 세워야” “평소 교육 필요”
정확한 보도라는 기본 저널리즘 원칙을 세우고 재난보도와 관련해 기자들 교육이 사전에 수시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교수는 “국내 언론사는 재난보도 원칙도 제대로 된 곳이 없거니와 있더라도 평소 시뮬레이션 훈련이나 교육이 부족해 막상 사건이 터지면 당황하고 아마추어 저널리즘에 빠지게 된다”면서 “이런 식으로 간다면 국민이 믿을 만한 언론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