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i카페] 감청 우려? 해외 클라우드 외면 못하는 이유

  • 등록 2018-09-15 오후 1:29:36

    수정 2018-09-15 오후 9:23:59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지난달 31일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 규제혁신 현장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 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 활성화를 강조했습니다. 클라우드 산업 성장을 위한 데이터의 적극적 개방을 공공 기관에 요청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클라우드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얘기입니다.

네이버(035420)처럼 국내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업체들의 표정은 예상과는 좀 다릅니다.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환영하지만, 규제 완화가 아마존웹서비스(AWS)나 구글의 국내 업계 영향력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습니다. 혹자는 국가 보안을 들어 외국계 클라우드 업체들의 무분별한 진입을 경계하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후 경기도 성남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클라우드 규제 완화 → 글로벌 기업 경쟁력 강화 → 보안이슈 발생?

예를 들어볼까요. 중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는 알리바바가 미국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중단했습니다. 알리바바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던 차였습니다. 글로벌 점유율 4.6%로 AWS(51.8%), 마이크로소프트(MS, 13.3%)에 이은 3위입니다.

알리바바의 이번 미국 사업 중단은 최근 있었던 화웨이 사태와 같은 맥락입니다.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 우려로 중국 기업인 화웨이의 통신 장비가 자국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했습니다. 가격과 성능 면에서 경쟁사를 앞서는 화웨이지만 미국 정부가 제기한 ‘백도어’ 이슈를 넘지 못한 것입니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 클라우드 기업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국 정부가 언제든 데이터를 감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할까요,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역시 해외정보감시법에 따라 AWS 같은 자국 클라우드 사업자의 이메일, 휴대전화 통화 메시지 등을 열람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클라우드 업체들은 우리도 해외 사업자들의 국내 시장 진출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클라우드 업체 모두 가격과 성능으로 국내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든 보안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입니다.

국내 클라우드법 상 국외 클라우드 사업자가 서비스를 하려면 국내에 물리적 데이터센터 구축과 CC인증 장비 구축, 특정 암호 기술 등의 진입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 그나마 이게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이것마저 없어지면 안된다는 얘기죠.

같은날(9월31일) 방통위는 미국 페이스북 소셜로그인 서비스의 과도한 개인정보 제공을 지적했습니다.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개인정보 70여가지를 제3자(기업)에 제공하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었습니다. 카카오 등 국내 대표 IT회사들의 정보량을 훨씬 넘는 수치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클라우드 관계자는 “공공분야는 국민 정보를 다루는 보안에 매우 민감한 영역”이라며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외부 단속과 내부 육성이 더 시급하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처럼 자국 클라우드 기업을 육성하면서 해외 기업의 무분별한 진출을 막아달라는 얘기입니다.

해외 클라우드가 환영받는 진짜 이유에 대한 힌트 : 망 사용 국내외 역차별

그런데 여기서 왜 국내 업체들이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습니다. 다년간 쌓아온 운영 노하우 면에서 AWS 등 해외 업체가 앞설지는 몰라도, 가격과 성능 면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게 우리 클라우드 업체들의 주장입니다.

한 동영상 스타트업 창업자의 얘기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왜 스타트업을 필두로 한 우리 기업들이 AWS를 사용하는지. 정부의 해외 기업 규제가 과연 국내 클라우드 업체들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지 말이지요.

이 창업자는 동영상 제공 서비스를 합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가장 큰 부담은 망에 대한 사용료 부담입니다. 망 사용료에 대한 국내외 기업간 역차별이 무너진 국내 시장 상황에서 한국 콘텐츠 사업자들의 망 사용료 부담은 큽니다.

한 해 매출 1000억원 정도인 아프리카TV의 지난해 추정 망 사용료가 150억원 정도라고 하니 말 다한 것이지요. 영업이익에 근사한 액수를 매해 망 사용료로 내는 것입니다. 네이버는 한 해 10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쓴다고 합니다.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업자(ISP)인 통신사들한테말이지요.

소규모 스타트업 입장에서 초당 전송 속도가 5MB를 넘는 HD(고화질) 영상 콘텐츠 서비스를 하기에는 부담이 큽니다. 초당 20MB가 넘는 UHD는 언감생심이지요.

그런데도 유튜브는 망 사용료 부담에 있어 ‘제로’ 수준이란 게 국내 영상 사업자들의 말입니다. 막대한 부담인 망 사용료가 이들에 있어서는 큰 부담이 아닌 것입니다.

이를 두고 국내 영상 플랫폼 스타트업 창업자는 ‘협상력의 차이’라고 말합니다. 필수 서비스가 된 유튜브는 막대한 망 사용에도 불구하고, 협상력이 높다 보니 국내 통신사를 상대로 염가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클라우드로 돌아와보겠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가입자 입장에서는 망 사용에 대한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신사 대비 협상력이 낮은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보다는, 협상력 높은 AWS나 구글을 이용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얘기입니다. AWS나 구글이 낮춰놓은 망 사용료를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우리나라 클라우드 업체 입장에서는 눈 뜨고 고객들을 잃는 상황입니다. 굳이 해외 서비스를 사용해야하니 국부 유출과도 연결이 됩니다.

결론으로 와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인터넷 산업에서 발생하는 역차별 상황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요. 비대칭적인 정부 규제 문제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업계 간 알력 문제도 있습니다. 해외 기업에 제 목소리 못 내는 우리 통신사들의 한계도 분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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