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마저 제로금리 향한다…'뉴노멀' 마이너스채권 시대(종합)

코로나 공포에 각국 국채금리 잇단 하락
마이너스채권 최근 한달새 3조달러 급증
"美 국채금리, 올해 마이너스 빠질 소지"
주요국 마이너스채권 규모 더 증가할듯
일각서 한계론…무한정 금리하락 어렵다
  • 등록 2020-03-07 오후 12:04:38

    수정 2020-03-07 오후 12:04:38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 단기금리는 제로(0%)로 향하고 있다. (short-term U.S. rates are headed for zero.)”

월가에서 영향력이 큰 ‘신(新) 채권왕’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연방준비제도(Fed)는 패닉에 빠져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경제전문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다. 그는 “연준은 2주 안에 또 정책금리를 내릴 것”이라고도 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연초 1.5%대에서 현재 0.5% 안팎까지 급락(국채가격 급등)한 상태다. 3개월물, 6개월물, 1년물 모두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장기금리가 마이너스(-)로 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일본 등 일부 선진국처럼 장기물마저 마이너스금리의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연초만 해도 2%에 육박했던 10년물 국채금리는 0.7% 초반대까지 폭락했다.

주요 선진국 중 그나마 금리(수익률)가 높았던 미국마저 뚝뚝 떨어지면서 마이너스금리 채권이 다시 늘고 있다. 코로나19가 세계 경제를 덮치면서 한 달 만에 3조달러(약 3600조원) 급증했다. 공포가 부른 ‘뉴 노멀(새로운 정상)’이다.

2경원 육박한 마이너스금리 채권

7일 주요 외신들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올해 2월말 현재 전세계 마이너스금리 채권 규모는 14조3000억달러(약 1경700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마이너스금리 채권은 지난해 8월말께 16조8000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보인 이후 점차 감소해 올해 1월 중순께 11조달러까지 줄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충격에 각국이 돈을 풀기 시작하자 한 달 여 만에 3조달러 넘게 급증하고 있고, 이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최대치였을 때 ‘투자등급’ 표시 채권 전체의 29.8%가 마이너스금리로 나왔는데,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은 처음 발행할 때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금액을 주겠다고 확정한 일종의 차용증서다. 이자가 확정돼 있는 채권은 안전자산으로 평가 받는다. 그 중 마이너스금리로 찍는 채권은 투자자가 만기까지 갖고 있으면 넣은 돈보다 받는 돈이 줄어드는 채권이다. 그럼에도 여기에 투자하는 건 이유가 있다. 대부분은 독일, 프랑스, 스위스 같은 유럽 선진국과 일본이 찍는 것이어서 매우 안전하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0.727%에 마감했다. 사상 최저다. 게다가 마이너스금리로 나왔다고 해도 만기 전에 거래할 때 금리가 추가 하락(가격이 추가 상승)하면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

최근 마이너스금리 채권이 주목 받는 건 주요국 중 거의 유일하게 2~3%에 달했던 미국 국채금리가 급락해서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준이 코로나19 충격에 ‘빅 컷(긴급 정책금리 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직후 사상 첫 0%대로 급락했다. 6일 기준 0.709%다.

투자은행(IB) JP모건은 “연준 정책금리가 올해 중 제로(0)에 도달할 수 있다”며 “국채금리가 마이너스 늪에 빠질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문사 구겐하임 파트너스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0.25%로 떨어지면 대부분 단기물은 마이너스로 진입할 것”이라고 했다.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가 내리면 다른 나라들도 영향을 받을 게 뻔하다. 독일, 일본 등의 국채 마이너스금리 폭이 커지고, 이는 채권 거품을 낳을 수 있는 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한 뒤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코로나가 낳는 마이너스 ‘뉴 노멀’

실제 이미 정책금리가 0% 아래인 유럽 등이 인하 행렬에 동참할 게 유력해 보인다.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12일 예정된 이번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금리 중 하나인 예금금리(Deposit Facility Rate)를 -0.50%에서 -0.60%로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이 ECB에 익일물 자금을 예치하고 받는 금리다. 일각에서는 연준처럼 정례 회의 전 임시 회의를 열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국제신용평가사 S&P도 “ECB는 코로나19에 따른 성장 둔화에 대응할 것”이라며 이처럼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부 투자자들은 영란은행(BOE)이 사상 최저로 금리를 내릴 것에 베팅하고 있다”고 썼다.

이는 금리의 한계가 0%인 줄 알았던 때는 상상하기 어려운 뉴 노멀이다. 김선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을 필두로 유럽, 일본 등의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가면 마이너스금리 채권 규모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계론이 나온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다 보니 투자업계가 일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이미 금리가 마이너스인 와중에 추가 하락(가격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다시 말해 시세차익은 기대보다 낮을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WSJ는 “마이너스금리에서 얼마나 더 하락할지 한계가 있다”며 “잠재적인 미래 수익은 그 하한선(boundary)에 따라 제한될 것”이라고 했다. 국채금리가 무한정 떨어질 수 없다는, 다시 말해 국채가격이 무한정 오를 수 없다는 것이다.

BCA리서치의 다발 조시 이코노미스트는 “-1% 국채금리 근방에서 강한 바닥(hard floor)이 생긴다”며 “중앙은행잉 정책금리를 계속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 발생 소식이 전해진 5일(현지시간) 행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런던 도심의 피카딜리광장을 지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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