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 받은 식물원… 야생화들 꽃망울 터트리네

꽃밭에 가다… 경기도 용인시 한택 식물원
  • 등록 2008-04-17 오전 10:43:01

    수정 2008-04-17 오전 10:43:01

[조선일보 제공] 전국 곳곳에서 열린 꽃 축제가 슬슬 마무리돼갈 때쯤인데도 경기도 용인시 한택 식물원엔 벚꽃, 목련, 진달래가 한창이다. "올해는 정말 진달래가 잘 폈네요. 큰 비나 바람이 없어 꽃이 한 시기에 활짝 무리 지어 피어나고 색깔도 고르면 '잘 폈다'고 하지요." 식물원 김진봉 과장은 진달래를 보고 연신 감탄이다. 군데군데 아이리스, 수선화, 튤립이 화사하게 피어있어 완연한 봄이다. 김 과장이 발길을 재촉했다. "한택식물원의 진짜 매력은 저 위쪽에 있거든요. 고개를 꼿꼿이 들고 다녀서는 볼 수 없는, 숨은 풀꽃들이 정말 예뻐요."

▲ (큰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척박한 땅에서 아주 이른 봄 꽃을 피우는 고산식물. 분홍 빛이 화려한 시클라멘. 지금은 한창이지만 4월이 지나면 튤립을 보기 힘들어진다. /조선영상미디어 김승완 기자


겨울에 줄기가 죽지 않는 식물은 '나무', 줄기가 죽는 식물은 '풀'이라고 대충 구별된다. 튼튼한 줄기가 겨울에도 팔 벌리고 있는 나무야 꽃이 언제 어디서 필지 어느 정도 가늠이 가능하다. 그러나 풀은 겨우내 꽁꽁 언 흙 속에 뿌리를 웅크리고 버틴다. 풀들의 뿌리가 봄 기운을 빨아 올려 작은 꽃망울을 '퐁'하고 터뜨리면 그렇게 기특하고 신기하단다.

야생화, 그 중에도 토종 야생화가 많은 곳은 한택식물원의 36개 구역 중 '자연 생태원'이다. 엄마가 물동이를 이고 가던 물가에 많다고 '동의나물', 한창 바쁜 모내기 철에 농민들 놀리듯이 피어난다고 '깽깽이(땡땡이)풀', 잎에 얼룩이 많아 '얼레리꼴레리' 놀림을 당해 '얼레지'…. 꿈이 먼저인지, 해몽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인의 생활에서 비롯한 꽃 이름의 유래를 듣는 게 쏠쏠하게 재미있다.

허리를 숙이고 어기적어기적 걷는데 김 과장이 "앗, 잠시만요" 하고 짧은 비명을 질렀다. 모르는 사이 운동화로 길섶의 푸른 야생화 싹을 밟았나 보다. '자연 생태원'에선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걸어야 한다.

아직은 가지가 앙상하지만 한두 주만 지나면 식물원 내 동원계곡 옆에 꽃 터널을 이룰 예정인 산벚나무가 기대된다. 산벚나무는 4월 말~5월 초 잎과 함께 꽃을 피워 때를 놓친 상춘객들을 위로한다. 산벚나무 터널 아래 올해 문을 연 작은 노천 카페 '티트리(Tea tree)'의 5월이 참 예쁠 것 같다.

::: 한택식물원은?

토목업을 하던 원장 이택주씨가 고향으로 내려와 1979년 세웠다. '식물원의 가장 큰 목적은 종(種)의 확보'라는 신념 때문에 20년 넘게 개방하지 않고 식물종을 모으다 2003년에나 일반인에 문을 열었다. 66만1160㎡(약 20만평)에 자생식물 2400여 종, 외래식물 5900여 종 등 총 8300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호주 온실에 있는 바오밥 나무는 드라마 '궁'에 등장해 유명세를 얻었다. 곳곳에 벤치나 식탁이 있어 김밥, 도시락 등 간단한 음식은 싸가지고 가서 먹어도 된다. 단 국물이 있는 음식은 안 된다. 정문 부근 식당에서는 진달래, 제비꽃 등이 들어간 꽃 비빔밥(9000원)을 판다. 카페 '티트리'는 유기농차(백리향·연잎·국화·박하) 5000원, 원두커피·핫초코 4500원. 따뜻한 음료를 마시면 머그 컵을 준다.

영동고속도로 양지 나들목으로 나가 백암·진천 방향으로 17번 국도를 타면 '한택 식물원' 표지가 계속 나온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백암 터미널 가는 버스를 타고 10―4번 시내버스를 타도 된다. 오전 9시~오후 6시(4~10월, 9~3월은 오후 5시 매표 마감), 연중무휴. 입장료 주말 어른 8000원·청소년 6000원·어린이 5000원, 평일 어른 7000원·청소년 5500원·어린이 5000원. 문의 (031)333―3558, www.hanta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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