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삼성은 1-0의 근소한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5-0으로 이겼다. 그러나 팀 승리를 위해 선수의 기록 도전 기회를 박탈한 것은 심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 중 김인식 한화 감독의 해석은 여러 관점에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듯 했다.
김 감독은 "만약 선 감독이 선수였다면,아니 같은 팀 코치만 됐어도 그런 결정을 비난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다르다. 감독이었기에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코치때)엔 김성근 감독이 밤새 오더 짠다는 소릴 듣고 안 믿었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나와는 스타일이 다르지만 김 감독이 어떤 마음에서 그러는지는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옳고 그르고의 문제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다. 선 감독의 당시 결정에 동의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왜 그랬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는 분명히 밝혔다. 감독의 외로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선택'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하다못해 아침에 일어나 무슨 옷을 입어야 하는지 결정하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 이후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결정에 대한 결과에 따라 울고 웃는다.
감독은 그같은 선택의 '책임 꼭지점'에 서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올땐 최고의 찬사를 받지만 대부분의 경우 비난의 초점이 된다. 감독의 능력 여부와는 별 상관이 없다. 세상의 그 어떤 감독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야구는 매일같이 경기가 반복되기에 그 부담은 더욱 크다. 이기고도 욕 먹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야구 감독이다.
선 감독은 "권혁을 올렸는데 첫 타자 크루즈에게 2루타를 맞아 버렸다. (진)갑용이가 공까지 빠트려 1사1,3루가 되는데 정말 괴롭더라. 노히트 투수를 뺐는데... 그래도 빨리 마음을 돌려먹고 혁이에게 동점은 준다고 생각하고 가자고 다독였다. 결과적으로 잘 풀려 다행"이라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감독과 고독
야구장에 밤이드니
그바람이 차노매라
홀로앉은 감독실엔
정적만이 흐르매라
저무심한 달빛지고
돌아가는 차속에는
비난안고 가야하는
외로움만 남노매라
쓰린마음 둘데없어
소줏잔을 기울이며
팀원모두 함께웃는
그날만을 그리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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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註) : 월산대군의 <추강에 밤이드니>를 '감히' 차용해 구성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