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개편]④'요금 폭탄'…무더위 오면 떠는 소비자들

  • 등록 2016-08-07 오후 12:00:20

    수정 2016-08-07 오후 12:04:49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청주에 사는 직장인 서모(38)씨는 요즘 열대야에 잠을 설쳐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작년에 에어컨을 사놓긴 했지만 말 그대로 ‘전시’만 해뒀다. 작년에 전기료 ‘요금 폭탄’을 맞은 트라우마가 있어서다. 에어컨을 하루 3시간 가량 틀었더니 한달에 6~7만원하던 요금이 3배가량 더 나왔다.

서씨는 “요즘 같은 더위에 에어콘 없는 집이 어디있겠냐”면서 “갖고 있어도 전기료 때문에 마음껏 틀지도 못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서씨처럼 소셜네트워크(SNS)나 인터넷카페에는 여름철 전기료 폭탄을 맞았다는 불만이 적잖게 발견된다. 상가에서 마음껏 에어콘을 틀어놓는 것을 보고 걱정없이 집에서도 이용했지만, 가전용 전기는 누진제를 적용받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도 많았다.

지난달 20만원 전기료를 낸 당산동에 사는 백모(36)씨는 “지난달 전기료 폭탄을 맞고 나서 전기료가 이렇게 비싼줄 알게 됐다”면서 “과거부터 전기요금은 흔히 ‘전기세’로 불린 이유가 있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누진제 전기요금이 무서워 대중교통을 그냥 이용하거나 은행, 영화관 등을 찾는 ‘쌈짓돈 피서’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주부의 경우 낮에는 은행이나, 커피점 등을 주로 이용하고, 가족원이 귀가하면 함께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영화를 보면서 더위를 달래는 것이다. 심지어 낮시간에 한적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마냥 서울시내를 투어하는 사례도 있다.

‘전기료 폭탄’ 때문에 원치않는 야근을 하는 경우도 나온다. 서울 을지로 부근에서 근무하는 강모(35)씨는 “집이 가장 편한 곳인데 퇴근 후에도 직장에 남는 건 순전히 비싼 전기료 때문이다”며 “야근수당을 안 받더라도 무더위를 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폭탄을 우려해 스마트 에너지미터(실시간 전력소비량 체크 기기) 사용을 하는 ‘스마트한 가구’도 있다. 에너지미터는 두꺼비집에 전기 사용량 측정용 센서기기를 설치해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가정의 실시간 전기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다. 전기 사용량에 따른 실시간 요금도 확인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최신 전자 기기를 즐겨 쓰는 ‘얼리어답터’ 윤모(38)씨는 “시험 삼아 스마트 에너지미터기를 설치해 실시간 전기이용현황을 볼 수 있어 장점은 있다”면서 “한편으로는 상점에서는 펑펑쓰는데 개인은 이렇게까지 해서 전기를 아껴야하는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시라도 빨리 전기료 누진체계를 개편하고, 산업용 전기료와 차별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한테 벌칙을 준다는 차원에서 누진제는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과거처럼 국민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산업용에 혜택을 주는 시대가 아닌 만큼 주택용과 산업용간 차이를 없애면서 전기료 개편을 해야할 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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