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합참 등 상급부대, 유연근무제 실시
군대도 워라밸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본부가 가장 적극적입니다. 국방부에는 민간 공무원 뿐만 아니라 현역 군인들도 근무합니다. 국방부는 2017년 3월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근무혁신 지침’에 따라 같은 해 5월부터 워라밸을 위한 유연근무제를 시작했습니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 퇴근시간을 기존 오후 6시에서 2시간 앞당긴 것입니다. 대신 평일 4일 동안은 근무시작 시간인 오전 9시 보다 30분 일찍 출근해야 합니다.
이같은 조기 퇴근의 날에는 친절하게 “퇴근 후 음주 회식을 자제하고 가족들과 문화활동을 즐기도록 합시다”라고 하는 안내 방송도 해줍니다. 평소에도 국방부에는 오후 6시만 되면 ‘칼퇴’를 종용하는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저녁이 있는 삶’으로 취미 활동도 하고 가족과 함께 할 시간도 늘어났다는게 국방부 직원들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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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워라밸은 자연스레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라는 볼멘 소리가 나옵니다. 각군 본부 등 정책부서나 상급 지휘부대의 경우 실무자가 많고 업무도 세분화 돼 있어 이 곳에 근무하는 군인들에겐 워라밸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급 부대로 내려갈 수록 한 명이 담당해야 할 일이 많고 지휘관도 무한책임을 지기 때문에 워라밸은 먼 얘기입니다. 사단장이나 참모장, 작전과장 정도는 워라밸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습니다. 연대의 경우에도 연대장이나 부연대장, 작전과장은 거의 부대 사무실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야전부대 간부들은 주 7일 근무에 야근과 새벽·주말 출근이 잦은게 현실입니다.
일부만 혜택…軍 워라밸 능사인가
최근 육군 지상작전사령부가 작전과장으로 근무하던 A 대령의 보직해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직해임 심의 회부 사유는 하급 실무자에 대한 ‘폭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폭언이 왜 나왔는지는 따져볼 일입니다. 워라밸을 강조하는 해당 부대 지휘관 지침에 따라 정시에 퇴근하는 하급자를 상대로 한 것이라는 전언입니다. 불필요한 야근과 새벽 출근, 주말 대기를 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게 평소 해당 부대 사령관의 지론이었다고 합니다. 3번의 경고 끝에 폭언을 문제 삼아 인사 조치를 단행하는 모양새입니다.
현재 우리 군은 국방개혁 2.0을 통해 병사들의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과 외출을 허용하면서 통제보다는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간 군비통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위협도 현저히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말 그대로 현재 우리 군은 격변기 입니다.
군인이라는 직업을 택한 이상 ‘저녁이 있는 삶’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검찰이나 경찰, 소방당국 등 특수한 곳에서 근무하려면 개인 생활을 포기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불필요한 야근이나 대기를 줄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국민들의 안보 불안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워라밸을 강조하는게 능사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