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존 벙커' 빠진 공정위, 결국 검찰 고발 무리수?

공정위, 비가맹점 차별 골프존 제재
"비가맹업체에 신제품 공급 안해 차별"
로펌 자문을 고의성 증거 제시해 논란
중립적 판단 넘어 정무적 판단 우려도
  • 등록 2018-10-14 오후 1:00:00

    수정 2018-10-14 오후 1:00:00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조진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스크린 골프 장비 제조기업인 ‘골프존’을 결국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골프존이 가맹점에만 스크린 골프 시스템 신제품을 공급하면서 비가맹점을 부당하게 차별해 사업조건을 악화시킨 것은 고의성이 짙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통상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법률 자문 결과를 검찰 고발의 주요 증거로 내세운 터라 검찰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골프존 투비전. 바닥스크린이 있고 그래픽이 개선되는 등 기존 비전 플러스 대비 업그레이드가 된 제품이다. 골프존 제공
공정위 “비가맹업체에 신제품 공급 안해 부당한 차별”

공정위는 가맹사업을 추진하면서 가맹점에게만 골프존 시뮬레이터 신제품을 공급해 가맹점과 비가맹점을 부당하게 차별한 골프존에 신제품 공급명령을 부과하고 과징금 5억원과 검찰 고발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골프존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가맹사업을 개시했다. 가맹점수가 2007년에 비해 8배 이상 급증한 상황에서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한 명분을 내걸었다. 가맹점 사업으로 전환하면 가맹점 간 이격거리를 제한할 수 있다.

가맹점 전환 과정에서 골프존은 ‘당근’도 내걸었다. 가맹점으로 전환하면 그래픽 선명도를 개선 등 기능이 업그레이드 된 ‘투비전 라이트’ 제품을 대당 설치비용 30만원에 공급했다. 터치스크린 등 하드웨어 성능을 올린 ‘투비전 프로’ 제품은 대당 980만~1500만원에 공급했다. 반면 비가맹점에게는 어떠한 신제품도 공급하지 않았다. 비가맹업체들이 공정위에 신고한 핵심 문제다.

자유시장경제 제체에서는 거래상대방에 따라 거래 조건을 차별하는 행위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 다만 공정위는 투비전을 공급받지 못하면 비가맹점은 가맹점에 비해 경쟁상 열위에 처할 우려가 크고, 시장 점유율이 적은 경쟁사업자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은 비용이나 시장 전망 등을 비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국 골프존은 가맹비, 로열티, 인테리어 공사 등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가맹점 전환을 시도했고, 가맹 전환을 하지 않은 사업체는 차별을 해 퇴출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로펌 자문 내역으로 고의성 증거 제시..골프존 “무리다”

하지만 공정위 판단에는 허점이 있다. 우선 ‘투비전’ 때문에 기존 ‘비전’을 이용하고 있는 비가맹업체들이 퇴출되거나 영업환경이 악화됐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 과거 리얼 등 제품이 출시될 때 기존 제품인 N제품이 1년만에 88.9% 감소했기 때문에 현재도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 등을 제시했을 뿐이다. 반면 골프존 대리인 측은 “투비전으로 업그레이드 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올라가는 문제가 있어 기존 비전 제품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비가맹업체를 부당하게 차별해 불이익을 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나 검찰 고발의 경우 공정위는 주요 증거자료로 로펌의 자문 내역을 제시했지만 논란이 있다. 공정위는 ‘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는 자문을 받고서도 비가맹업체를 차별한 것은 ‘고의성’이 짙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통상 로펌에서 보수적인 자문을 하는 터라 자문내역을 받고도 강행했다며 고발하는 것은 제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펌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컴플라이언스(CP) 팀이나 로펌에서 받은 자문 내역을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법적 근거가 없긴 하다”면서도 “경영상 판단에 따라 일부 리스크가 있더라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데 이렇게 고발 증거로 내세우는 건 무리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향후 차별행위 금지명령’을 제외한 것도 이 사건의 위법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당초 사무처(검찰격)에서 제시한 시정명령은 투비전뿐만 아니라 향후 신제품도 차별행위를 하지말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위원회 최종 명령은 ‘투비전 라이트와 유사한 기능의 제품을 최소 비용으로 비가맹점에게 공급하라’는 명령만 제시했다. 스크린 골프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차별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판단을 해서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국회나 사회적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강한 제재가 나왔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골프존 사건은 수년간 국회와 시민단체가 제기했던 문제다. 자칫 공정위가 강한 제재를 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봐주기’ ‘솜방망이’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골프존 사건과 무관한 공정위 관계자는 “중립적, 독립적으로 판단을 해야하지만 사회적 여론이 큰 사안의 경우 강한 제재를 해야한다는 압박을 느끼기도 한다”면서 “‘솜방망이’도 문제지만 ‘지나친 제재’도 문제가 아니냐”고 귀띔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중립적 판단 벗어나 정무적 판단도

공정위가 최근 들어 무리하게 고발을 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2월 사회적으로 논란이 컸던 가습기 살균제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조사 제재가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을 다시 끄집어 내 결국 검찰 고발을 했다. 한 골목상권에서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가습기살균제를 근거로 공소시효를 늘리면서다.

하지만 검찰은 결국 기각 결정을 내렸다. 고발의 주요 잣대는 ‘고의성’인데 제조업체가 적극적으로 가습기살균제를 회수 노력을 했기 때문에 일부 남아있는 제품을 근거로 시효를 늘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공정위 내부에서도 공정위가 중립성을 지키며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정무적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국가 책임인정과 사과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다. 김상조 위원장은 “고발을 하지 않으면 검찰이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며 적극적으로 고발을 결정했지만, 결과적으로 면을 세우지 못했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현재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고발을 하고 있지만 결국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정거래법 사건의 특성상 위법 판단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형사처벌보다는 금전적 제재인 과징금 부과를 하는데 고발이 남발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과거 고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에 최근 들어 검찰 고발을 늘리고 있긴 하지만 검찰과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 “공정위가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무적 판단에서 더욱 자유로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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