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밴사들이 ‘밴서비스 제공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이하 밴 공정경쟁규약)’을 근거로 대기업들의 과도한 요구에 난색을 보이자 기존 방식대로 리베이트를 받기가 어려운 대기업들은 자동계약연장, 무리한 장비지원 요구 등 편법적인 방식을 동원해 리베이트를 챙기고 있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밴 공정경쟁규약은 신규 가맹점을 유치하기 위해 밴사가 가맹점에 금품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5000만원 이하의 위약금과 관계당국 고발, 회원제명 조치가 내려진다.
계약종료 안 밝히고 “연장하자”
가령 대형가맹점은 전산유지보수비 명목으로 매년 일정액의 리베이트를 밴사로부터 받는다. 계약기간은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이다. 따라서 기존에 장기계약을 맺은 대기업은 밴 공정경쟁규약이 시행됐어도 계속해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다. 일부 대기업은 몇 년간 받을 리베이트를 한꺼번에 미리 받은 곳도 있어 규약 적용의 형평성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를 악용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미 계약이 끝났지만 이를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고 자동으로 연장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밴 업계는 자동연장 방식을 채택한 대표적 기업으로 CJ푸드빌, 신세계아이앤씨, S-OIL 등을 꼽는다.
현행 밴 공정경쟁규약은 대형가맹점에 대한 금품이나 향응, 기부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밴서비스에 필요한 장비와 물품 제공은 허용해 대기업들이 현금 대신 장비지원을 우회적으로 요구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모 대기업이 운영하는 가스충전업체는 올해 초 밴사들에게 포스(POS) 시스템 및 단말기 개발과 공급 등 30억~40억원이 드는 장비제공를 요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대기업들이 IT계열사 등 자회사를 동원해 리베이트를 챙기는 건 흔한 사례에 속한다. 표면적으로는 밴서비스가 정보통신과 관련한 전문영역이라 자회사에 맡겼을 뿐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지만 밴 리베이트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SK그룹의 경우 SK플래닛의 자회사인 엠앤서비스가 4000개 이상의 주유소를 운영하는 SK에너지의 밴사 선정권한을 대행하면서 중소기업 사업영역에 가까운 단말기와 용지납품까지 담당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끊기힘든 리베이트 유혹
대기업들이 편법적인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밴 리베이트를 받고 있는 것은 그 금액이 무시 못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이데일리가 입수한 ‘BC·국민카드의 3년간 주요가맹점 대상 밴사 리베이트 지급내역’을 보면, 두 카드사가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대형마트와 주유소, 프랜차이즈본사 등 13개 주요 가맹점을 관리하는 밴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약 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밴사는 이 가운데 70%가 넘는 635억원을 리베이트로 제공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는 약 360억원, SK주유소·GS주유소·현대정유 등 주유소는 190억원, 파리바게뜨·스타벅스·뚜레쥬르 등 빵집이나 커피숍에는 80억원 정도가 건네졌다.
밴사, 대기업 이익률보다 높아
밴사들이 일방적인 피해자라고 보기도 어렵다. 삼일PWC컨설팅이 올해 6월 한 공청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내 밴업계가 지난해 올린 매출액(승인수수료+매입수수료)는 총 8684억원으로 이 가운데 밴 관련비용을 뺀 영업이익은 669억원으로 추정됐다. 영업이익률은 7.7%로 지난해 대기업이 거둔 평균적인 영업이익률(4.8%)을 크게 웃돌았다.
이들 밴사의 지분 상당수는 이미 외국계가 들고있다. 업계 1위인 한국정보통신(KICC)은 스위스 드웨이(DE WEY & CIE SA)사가 2대주주인 것을 비롯해 전체 지분의 55% 이상을 외국계가 보유 중이다. 케이에스넷은 사모펀드인 H&Q의 손을 거쳐 지금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자결제회사인 넷원(Net1)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H&Q는 케이에스넷을 매각하면서 3년만에 두 배가 넘는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그간 자영업자들이 내는 가맹수수료가 밴사와 대형가맹점의 배를 불리고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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