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아프리카 우회한 화물 45조원어치 달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으로 홍해 대신 다른 곳으로 우회하는 화물의 가치가 45조원어치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세계 각국에선 물류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AFP 제공)

1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스위스 물류업체 퀴네앤드나겔(Kuehne+Nagel)에서 글로벌 해상 무역을 담당하는 파올로 몬트로네 수석 부사장은 “현재 57척의 컨테이너 선박이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대신 아프리카 일대를 우회하는 장거리 항해를 택했다”며 “7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MDS 트랜스모덜의 안토넬라 테오도로 수석 컨설턴트는 “화물 가치는 컨테이너당 대략 5만달러로 우회한 화물 규모가 총 350억달러(약 45조 5500억원)에 달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전날 미국 국방부가 미 해군 5함대를 주축으로 다국적군이 참여한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개시한다고 발표했지만, 주요 글로벌 선사들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도 최소 2척의 선박이 후티 반군이 쏜 발사체의 표적이 됐으며, 이에 덴마크의 머스크(Maersk)와 독일의 하팍-로이드 등 주요 선사들은 안전을 이유로 우회를 택한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수에즈 운하 이용을 보류중이거나 홍해를 통과할 예정이었던 모든 선박이 희망봉 항로를 이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연말 쇼핑 대목을 앞두고 물류난 및 비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으로 돌아가면 운송 기간은 짧게는 15일에서 길게는 한 달 가량 늘어난다. 아울러 선원 임금, 연료비를 포함한 기타 비용 증가 등으로 운임 상승이 불가피하다. 수에즈 운하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핵심 교역로로 전 세계 컨테이너선 물동량의 약 30%, 원유·천연가스 등 벌크선 물동량의 10~15%를 담당한다. UBS 분석에 따르면 희망봉 노선은 아시아와 유럽 간 물류 유효 수용력을 25% 감소시킨다.

머스크의 빈센트 클러크 최고경영자(CEO)는 “아프리카 항로로 변경하면서 2~4주 간의 지연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유럽이 수에즈 운하에 더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물류 지연은 유럽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충격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테오도로 컨설턴트는 “지난 12개월 동안 전 세계 선사들의 운송 능력이 20% 이상 증가했기 때문에 추가 선박을 배치할 수 있다”며 “우회한 선박에 묶인 컨테이너를 픽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