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는 우리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가 불황인 동시에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율 조작’ 공세에 대해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아래로 움직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말그대로 ‘예측불가’다. 중국 일본 독일 등 강대국을 콕 찍어, 자국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렸다며 환율조작국 지정을 시사한 게 대표적이다. 현재 관찰대상국인 우리나라의 원화도 강세를 띨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그 자체로 거시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안 원장의 생각이다.
안 원장은 “하지만 최근 내수가 부진한데도 농산물 등에서 선택적인 ‘인플레이션(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추후 원유와 비철금속 가격이 올라 생산자물가가 더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면서 “원화 강세로 경기가 침체하는 와중에 물가만 오를 수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가가 5% 정도 오른다면 경제성장률도 그와 비슷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1~2% 정도만 성장하면 결국 실질 소득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안 원장이 판단하는 ‘트럼프발(發) 원화 강세’는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우리나라 원화는 환율조작국 부담 때문에 강세인 달러화보다 더 강세로 가는 수밖에 없다”면서 “그럴 경우 원화는 달러화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통화에 비해서는 훨씬 더 강세를 띨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에 미칠 부작용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안 원장은 오는 4월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이번에는 빠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먼저 잡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주요 교역 상대국의 환율 정책을 평가한 ‘환율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제출한다.
안 원장은 “4월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 정책) 방향성은 확실하게 나올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제외되더라도 다른 나라가 환율조작국이 되면 우리 정부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