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형태와 문대성, 이정현과 김부겸

  • 등록 2012-04-16 오전 10:51:40

    수정 2012-04-16 오전 10:51:40

[이데일리 이승형 산업부장] 지난 4·11 총선에서 또 한 명의 승자가 ‘지역주의’였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과거 선거가 끝날 때마다 보아 왔던 ‘동서 분리’ 현상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그 내용은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하겠으나 어쨌든 결과는 빨간 색과 노란 색의 선명한 대비였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정계와 언론계에서 지역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은 듯하다. 이제는 지역주의를 대한민국의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어디에서도 그 목소리는 듣기 어렵다. 여당이 예상외로 선전했고, 야당은 기대 이하로 졸전을 벌였으며, 그럼으로 해서 연말에 있을 대통령선거의 판도는 어떻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들만 난무한다.

하지만 지역주의는 체념하고 포기해서는 아니 되는, 떨쳐버려야 할 망령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세대별로 다르고, 빈부로 나뉘는 나라에서 또 동서로 갈리면 사회 통합은 멀기만 하다. 그냥 이대로 묻어두고 갈 수 없다.

일찌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판했던 지역주의 폐해는 이 대목에서 적확하다. “지역주의의 가장 큰 폐해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국회의원들이 지역 발전에 신경 쓰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공천만 잘 받으면 되니까, 지역구는 팽개치고 죄다 서울로 올라가서 힘 센 쪽에 줄서기만 하면 되니까요. 아무리 국회의원 자질이 없다 해도 공천 받아서 깃발만 꽂으면 되니까요. 결국 지역구민들에게는 큰 손해라는 얘기지요.” 그는 생전에 3번 부산에 출마해서 3번 낙선하며 ‘바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선거에서도 ‘바보’들이 있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인 이정현 의원은 민주통합당의 텃밭인 광주 서구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17대 총선에서 1% 미만의 득표율로 낙선한 광주에서 8년만에 재도전에 나섰던 것이다. 민주통합당 김부겸 의원도 3선을 한 경기 군포를 포기하고 대구 수성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 의원 모두 40% 수준의 지지율을 얻었지만 결과는 낙선.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들에게 패배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자신들의 신념을 실천한 이들은 진정 승자다.

반면에 이번 선거에서 구린내 나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넉넉한 승리를 가져간 이들이 있다. 새누리당 김형태․문대성 당선자가 그들이다. 김형태(경북 포항 남․울릉)씨는 제수 성추행 의혹으로, 문대성(부산 사하 갑)씨는 박사 논문 표절 의혹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모두 가뿐히 당선자가 됐다.

이들이 만약 새누리당 텃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출마했다면 이길 수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인물’이 아닌 ‘간판’에 의존한 결과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이들의 의혹에는 사실 관계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에게는 어떠한 추문과 의혹과 혐의가 있다 하더라도 ‘깃발만 잘 꽂으면’ 당선될 것이라는 슬픈 미래가 남게 됐다. 지역주의를 떨쳐버리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범죄자들이 국회에 버젓이 입성하는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남게 됐다.

그래서인지 두 낙선자가 더 고맙다. 불안한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우리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남겨준 이정현·김부겸 두 의원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 꼼짝 마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