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정계와 언론계에서 지역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은 듯하다. 이제는 지역주의를 대한민국의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어디에서도 그 목소리는 듣기 어렵다. 여당이 예상외로 선전했고, 야당은 기대 이하로 졸전을 벌였으며, 그럼으로 해서 연말에 있을 대통령선거의 판도는 어떻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들만 난무한다.
하지만 지역주의는 체념하고 포기해서는 아니 되는, 떨쳐버려야 할 망령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세대별로 다르고, 빈부로 나뉘는 나라에서 또 동서로 갈리면 사회 통합은 멀기만 하다. 그냥 이대로 묻어두고 갈 수 없다.
일찌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판했던 지역주의 폐해는 이 대목에서 적확하다. “지역주의의 가장 큰 폐해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국회의원들이 지역 발전에 신경 쓰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공천만 잘 받으면 되니까, 지역구는 팽개치고 죄다 서울로 올라가서 힘 센 쪽에 줄서기만 하면 되니까요. 아무리 국회의원 자질이 없다 해도 공천 받아서 깃발만 꽂으면 되니까요. 결국 지역구민들에게는 큰 손해라는 얘기지요.” 그는 생전에 3번 부산에 출마해서 3번 낙선하며 ‘바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들에게 패배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자신들의 신념을 실천한 이들은 진정 승자다.
반면에 이번 선거에서 구린내 나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넉넉한 승리를 가져간 이들이 있다. 새누리당 김형태․문대성 당선자가 그들이다. 김형태(경북 포항 남․울릉)씨는 제수 성추행 의혹으로, 문대성(부산 사하 갑)씨는 박사 논문 표절 의혹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모두 가뿐히 당선자가 됐다.
이들이 만약 새누리당 텃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출마했다면 이길 수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인물’이 아닌 ‘간판’에 의존한 결과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이들의 의혹에는 사실 관계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두 낙선자가 더 고맙다. 불안한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우리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남겨준 이정현·김부겸 두 의원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