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리본마라톤] "아이 생사 확인도 못한 부모 고통은…"

지난해 255명 못 돌아와
"아동대상 강력범죄 공소시효 없애야"
  • 등록 2014-09-21 오후 3:18:23

    수정 2014-09-22 오후 4:02:31

1999년 고등학생이던 딸을 잃어버린 후 15년째 차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자식을 찾고 있는 송길용(61)씨(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재앙이 닥친 건 1999년 2월 13일. 평택 송탄여고 2학년이던 딸 혜희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학교에서 야간자율 학습을 마친 뒤 오후 10시 막차 버스를 타고 집 근처에서 내린 후 사라졌다. 30대로 보이는 술 취한 남성과 버스에서 내렸다는 운전자의 제보가 마지막. 그 이후로 송길용(61) 씨의 인생에는 주름이 깊게 팼다. 강원도와 경상도부터 외딴 섬까지. 송씨는 집과 기르던 가축을 팔아 봉고차에서 먹고 자며 아내와 전국 곳곳을 뒤졌다. 고속도로휴게소 등에 매일 전단 최소 500장을 뿌렸다. 송씨는 “돈이 떨어져 피를 뽑아 판 뒤 현수막을 만든 적도 있다”고 말했다. 4년 동안 컵라면을 먹으며 딸의 행방을 좇았지만 소득이 없었다. 딸 얘기를 꺼내면서는 송씨는 “장학금 받고 선도부장도 했던 건강한 아이였는데…”라며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20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일대에서 열린 2014 그린리본마라톤대회에서 만난 장씨는 행사가 끝난 뒤 딸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박힌 차를 몰고 다시 도로로 달렸다.

송씨와 같이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실종 신고건수는 지난해만 2만 3000여건. 이들 중 255명은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아이를 잃은 상처를 이기지 못해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이혼하는 가정이 적잖다. 1978년에 열네살 된 아들을 잃어버린 후 아직 찾지 못한 김홍문(80) 씨는 “세월호 사건도 너무 가슴 아프지만 아이의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장기실종부모들의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그린리본마라톤대회에서 만난 실종부모들은 ‘실종 및 아동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를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딸을 잃고 20년을 슬픔 속에 지낸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7년의 공소시효가 폐지돼야 한다”며 “실종 후 48시간이 지니면 장기실종으로 분류돼 사실상 수사가 중단되는데 이것도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경제적 지원 강화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아동안전 등 4대 악에 대한 정부의 관심 높아진 건 다행이지만 장기실종부모에 대한 지원이 현실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돈이, 연간 5회 정도 전단과 현수막을 만드는 비용과 실종가족들의 의료비 등 가구당 연간 200만원이 채 안 된다는 설명이다. 서 대표는 “실종가족이 전국에 1000가구가량 되는데 지원예산은 연간 5000만원에 불과한 꼴”이라고 지원 강화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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