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환율 카오스]⑥10원 오르면 2000억원 증발…‘트럼프 칼춤’에 수출 대기업 비상

  • 등록 2017-02-09 오전 8:41:52

    수정 2017-02-09 오전 8:42:52

[이데일리 임성영 성세희 이재운 기자] “10원만 내려가도 비명이 터진다” 수출 중심의 한국 제조업계에 ‘트럼프 비상등’이 켜졌다.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약달러 기조를 강화하는 ‘칼춤’을 앞에 두고 각기 대안 마련에 고심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9일 산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계속되는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라 수출 중심의 제조업 대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가령 원·달러 환율이 10원 움직일 경우 현대자동차(005380)는 1200억원, 기아자동차(000270)는 800억원의 연간 매출액이 변동하는 효과가 있다. 현재처럼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현대기아차그룹의 연매출 2000억원 이상이 날아가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같은 상황에서 최대 1500억원 가량의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수입과 수출이 모두 걸린 석유화학 업계는 사정이 복잡하다. 원재료 구매 시점의 환율과 가공 제품 판매 시점의 환율에 따라 희비가 갈리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변동성 확대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약달러 기조 속에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출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환손실이 우려되는 가운데 각 기업별로 결제 통화 다양화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항 감만부두. (사진=연합뉴스)
◇환차익 누렸던 작년 말과 정반대 상황

이 때문에 국내 주요 대기업은 현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보고 기민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전체 판매량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달한다. 특히 작년 미국 수출 비중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33.2%(33만5762대), 30.6%(33만2470대)를 기록했다. 두 회사가 앨라배마와 조지아주에 각각 공장을 지어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이미 공장 가동률이 100%에 이르러 여전히 한국 공장에서 많은 물량을 수출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작년 말 누렸던 환차익 대신 새로 마주한 ‘환율 절벽’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작년 말 환율 변동으로 3000억원대 환차익을 봤다. 이때 원·달러 환율은 100원 가량 상승했다. SK하이닉스(000660)도 역시 같은 기간 직·간접적인 환차익이 약 1660억원 발생해 영업외 수익 350억원을 거뒀다. 그러나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면 올해 1분기 실적은 각 기업마다 최소 수 십억원에서 최대 수 천억원 가량 줄어들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부품 업체인 삼성전기(009150)가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시 월간 영업이익이 15억원 감소한다고 추정했다. LG디스플레이(034220)도 환율이 10원 변동하면 월간 80억원의 이익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석유화학 등 수입과 수출이 모두 걸린 업계는 셈법이 복잡하다. 원화 강세에 따라 원재료 수입에는 장점이 있지만, 가공 제품의 수출 시에는 다시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 SK이노베이션(096770) 관계자는 “모든 수출입 결제가 달러화로 이루어지는 에너지·화학업계에서는 매출·매입간 시차로 매출이익이 감소할 것이고, 재고 손실도 발생할 것이며, 달러와 연동되는 제품 마진의 원화 환산시에도 매출이익의 감소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결제 통화 다변화 등 대안 모색 속 24시간 모니터링

이 때문에 산업계는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하며 최근 환율 하락 움직임에 따른 대안 마련에 나섰다.

현대·기아차는 “결제 통화에서 달러화의 비중을 줄이고, 유로화를 비롯한 다른 통화의 비중을 늘려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 앨라바마공장 등 해외 공장 생산 비중을 늘리고, 위에둥·K2(중국)나 i10(인도), 씨드·벤가(유럽) 등 해외 시장 전용 차종 판매 극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 고유가 현상에 따른 고연비 제품 출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자 업계에서는 이미 생산 거점과 결제 통화가 다변화돼있는 만큼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율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이미 글로벌화된 국내 전자 대기업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내 생산기지 확대 투자 등에 대한 대내외적 압박감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도 역시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과 수출 모두 연관된 업의 특성상 긍·부정 전망보다는 위험 부담을 줄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LG화학(051910) 관계자는 “원재료 수입 결제를 대부분 달러화로 하지만, 엔화로 결제하는 일부 원료가 있어 엔·달러 변동 움직임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달러화 약세 지지 분위기와 환율조가국 이슈 등은 당분간 원화를 포함한 이머징 통화의 강세 분위기를 연장시킬 것”이라면서도 “다만 국내 경기 펀더멘탈이 아직은 취약하다는 점은 원화의 강세폭을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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